#축산피해동물
‘광어회’가 아닌 ‘광어’,
얼마나 알고 있니?
윤수민 인턴 활동가 2020. 02. 20

수중동물 넙치 (출처: amikamoda.ru)
통계청의 ‘어류양식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만 무려 6,502만 마리의 광어가 양식되었습니다. 국내 양식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광어는 국내에서 ‘횟감'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광어가 먹히기 위해 키워지지만, 우리는 ‘광어회’가 아닌 광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식탁 위 조각조각 회쳐진 광어들도 언젠가는 살아 숨 쉬는 동물이었을 텐데요. 인간이 소비하는 수많은 광어의 삶을 알아봅시다.
식용으로 품종개량 되는 ‘양식 넙치’
‘광어’의 우리말 이름은 ‘넙치’입니다. 넙치는 1980년대부터 대규모로 양식되기 시작했는데요. 다른 어류 동물과 달리 머리와 내장이 작고, 살은 많아 사람들은 ‘가성비’ 좋은 넙치를 많이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전국에 넙치 양식장이 531곳(2017년 말 기준)까지 늘어났습니다. 이 중 360곳(67.8%)이 제주 바다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나라 양식 넙치 생산량의 60% 이상이 제주에서 나옵니다.

2011년 4월 수산과학원 관계자들이 넙치와 킹넙치를 비교하며 들어보이고 있다
넙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수산과학원은 2004년부터 첨단선발육종기술을 통해 ‘킹넙치’라는 종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킹넙치는 원래 넙치보다 성장 속도가 30%나 빠른데요. 개량이 성공적이자, 2010년부터 수산과학원에서는 킹넙치의 수정란을 양식업자의 신청을 받아 연중 보급하고 있습니다.

일반넙치와 황금넙치 (출처: 해양수산부)
한편 해양수산부에서는 자연에서 수백만분의 일로 태어나는 돌연변이 알비노 ‘노란 넙치’에게 ‘황금 넙치'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수산시장에 수출할 목적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넙치보다 1.5배 이상 비싸다는 황금 넙치는 결국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2017년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에 수출되었습니다.

넙치 '성전환' 돈되는 암컷만 생산 (출처: SBS 보도 갈무리)
뿐만 아니라 넙치들은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성전환되기에 이릅니다. 수컷보다 암컷이 1.5~2배 빨리 성장한다는 이유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어린 암컷 넙치를 성전환 시켜 가짜 수컷을 만든 뒤, 암컷과 교배 시켜 100% 암컷 넙치만 생산하는 양식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양식 넙치’의 삶
넙치는 어린 치어 시절 다른 어류 동물처럼 헤엄치며 먹이 활동을 합니다. 다 자라면 우리가 흔히 보는 ‘눈이 한쪽으로 몰린' 넙치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키워지고 있는 넙치 (출처: 중앙일보)
몸길이가 1.5cm 정도인 치어일 때, 일반적으로 고밀도 양식장에서는 1㎡당 7~9만 마리를 집단 사육합니다. 저밀도라고 해도 1㎡당 1~1.5만 마리가 함께 사육됩니다. 이후 넙치들이 자라면서는 1㎡ 공간에 몸길이 5cm일 때는 441마리, 20cm일 때는 65마리, 40cm일 때는 25마리의 사육 밀도가 권고됩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넙치 양식장의 총면적은 2,392,359㎡, 약 72만 평에 이르는데요. 위에서 설명한 사육 밀도를 고려하면, 엄청난 수의 넙치들이 양식장에서 고밀도로 집단 사육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란 넙치들이 보통 0.7~1.5kg이 되면 횟감용으로 출하됩니다. 자연에서 넙치가 1kg이 되려면 적어도 3년은 성장해야 하는데요. 인위적인 관리를 받는 양식 넙치는 1년이면 됩니다. 즉, 횟감으로 출하되는 넙치는 약 10~18개월 정도만 살다 ‘광어회’가 되는 것이죠. 넙치는 1m까지도 자라지만, 출하될 시기 대부분의 넙치는 30cm 정도뿐이 되지 않습니다.
넙치의 자연 수명은 13~19년입니다. 인간으로 치면 우리가 죽이고 있는 것은 ‘청소년’ 넙치입니다.
'양식 넙치'의 비밀

자연산 넙치와 흑화 현상이 생긴 양식 넙치 비교 (출처: 의리형제 네이버 블로그)
자연에서의 넙치는 배와 지느러미가 깨끗하고 하얀 반면, 양식되는 넙치들은 배와 지느러미에 검은 얼룩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배 부분이 얼룩덜룩 검어지는 것인데요. 이 현상을 ‘흑화 현상’(무안측 흑화)라고 합니다.
짙은 색의 수조에서 양식되는 넙치에게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흑화 현상의 주된 원인은 인위적 사육환경에서 서로 몸을 부딪히며 자라는 넙치들의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넙치의 자연적인 습성은 인공 양식 환경에서 절대 충족되지 못합니다. 모래나 자갈이 전혀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초고밀도로 키워지다 보면 다른 개체들과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넙치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정상적인 넙치와 흑화 현상이 나타난 넙치를 비교했을 때, 후자에서 스트레스 지표인 혈중 코티졸, GLU 및 TP 농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납니다.

피멍이 든 넙치 (출처: 구로 몬 산 페이 일상 블로그)
또, 몸에 피멍이 드는 양식 넙치들도 있습니다. 그물 작업 시 그물코에 끼이거나, 다른 넙치와 한데 섞여 뒹굴다 생기는 충격으로 인해 피멍이 드는 것입니다. 활어차가 횟집에 도착하면 운송해온 넙치를 퍼다 수조에 옮기는데, 그때 물건을 취급하듯 험하게 다루고,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넙치들을 다치게 하기 일쑤입니다.
흑화나 피멍처럼 특별한 현상이 아니더라도, 양식장에서 출하된 넙치들은 한꺼번에 활어차에 실려 전국 각지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두운 활어차 안에서 서로 겹쳐진 상태로 마구 흔들리며 운송된 넙치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어두운색을 띠게 되고, 횟집 수조에 들어가 2~3일이나 지나야 원래 색으로 돌아옵니다. 막 수조 안으로 들어온 넙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직후라 맛이 없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각종 상품으로 이용되는 넙치 (출처: 제주대학교)
최근 들어 연어의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광어 소비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년 겨울, 제주도에서는 넙치의 도내 가격 하락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스럽게 자란 200t의 넙치가 폐기되기도 했습니다.
넙치는 이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동물인가요? 여름에는 모래와 자갈, 암초가 있는 연안에 산란하고, 겨울철에는 더 깊은 바다로 헤엄치며 살아가는 넙치.
광어는 ‘횟감’이 아니라 ‘수중동물’입니다. 탈육식으로 그들의 고통을 없애주세요.
#축산피해동물
‘광어회’가 아닌 ‘광어’,
얼마나 알고 있니?
윤수민 인턴 활동가 2020. 02. 20

수중동물 넙치 (출처: amikamoda.ru)
통계청의 ‘어류양식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만 무려 6,502만 마리의 광어가 양식되었습니다. 국내 양식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광어는 국내에서 ‘횟감'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광어가 먹히기 위해 키워지지만, 우리는 ‘광어회’가 아닌 광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식탁 위 조각조각 회쳐진 광어들도 언젠가는 살아 숨 쉬는 동물이었을 텐데요. 인간이 소비하는 수많은 광어의 삶을 알아봅시다.
식용으로 품종개량 되는 ‘양식 넙치’
‘광어’의 우리말 이름은 ‘넙치’입니다. 넙치는 1980년대부터 대규모로 양식되기 시작했는데요. 다른 어류 동물과 달리 머리와 내장이 작고, 살은 많아 사람들은 ‘가성비’ 좋은 넙치를 많이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전국에 넙치 양식장이 531곳(2017년 말 기준)까지 늘어났습니다. 이 중 360곳(67.8%)이 제주 바다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나라 양식 넙치 생산량의 60% 이상이 제주에서 나옵니다.

2011년 4월 수산과학원 관계자들이 넙치와 킹넙치를 비교하며 들어보이고 있다
넙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수산과학원은 2004년부터 첨단선발육종기술을 통해 ‘킹넙치’라는 종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킹넙치는 원래 넙치보다 성장 속도가 30%나 빠른데요. 개량이 성공적이자, 2010년부터 수산과학원에서는 킹넙치의 수정란을 양식업자의 신청을 받아 연중 보급하고 있습니다.

일반넙치와 황금넙치 (출처: 해양수산부)
한편 해양수산부에서는 자연에서 수백만분의 일로 태어나는 돌연변이 알비노 ‘노란 넙치’에게 ‘황금 넙치'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수산시장에 수출할 목적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넙치보다 1.5배 이상 비싸다는 황금 넙치는 결국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2017년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에 수출되었습니다.

넙치 '성전환' 돈되는 암컷만 생산 (출처: SBS 보도 갈무리)
뿐만 아니라 넙치들은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성전환되기에 이릅니다. 수컷보다 암컷이 1.5~2배 빨리 성장한다는 이유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어린 암컷 넙치를 성전환 시켜 가짜 수컷을 만든 뒤, 암컷과 교배 시켜 100% 암컷 넙치만 생산하는 양식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양식 넙치’의 삶
넙치는 어린 치어 시절 다른 어류 동물처럼 헤엄치며 먹이 활동을 합니다. 다 자라면 우리가 흔히 보는 ‘눈이 한쪽으로 몰린' 넙치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키워지고 있는 넙치 (출처: 중앙일보)
몸길이가 1.5cm 정도인 치어일 때, 일반적으로 고밀도 양식장에서는 1㎡당 7~9만 마리를 집단 사육합니다. 저밀도라고 해도 1㎡당 1~1.5만 마리가 함께 사육됩니다. 이후 넙치들이 자라면서는 1㎡ 공간에 몸길이 5cm일 때는 441마리, 20cm일 때는 65마리, 40cm일 때는 25마리의 사육 밀도가 권고됩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넙치 양식장의 총면적은 2,392,359㎡, 약 72만 평에 이르는데요. 위에서 설명한 사육 밀도를 고려하면, 엄청난 수의 넙치들이 양식장에서 고밀도로 집단 사육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란 넙치들이 보통 0.7~1.5kg이 되면 횟감용으로 출하됩니다. 자연에서 넙치가 1kg이 되려면 적어도 3년은 성장해야 하는데요. 인위적인 관리를 받는 양식 넙치는 1년이면 됩니다. 즉, 횟감으로 출하되는 넙치는 약 10~18개월 정도만 살다 ‘광어회’가 되는 것이죠. 넙치는 1m까지도 자라지만, 출하될 시기 대부분의 넙치는 30cm 정도뿐이 되지 않습니다.
넙치의 자연 수명은 13~19년입니다. 인간으로 치면 우리가 죽이고 있는 것은 ‘청소년’ 넙치입니다.
'양식 넙치'의 비밀

자연산 넙치와 흑화 현상이 생긴 양식 넙치 비교 (출처: 의리형제 네이버 블로그)
자연에서의 넙치는 배와 지느러미가 깨끗하고 하얀 반면, 양식되는 넙치들은 배와 지느러미에 검은 얼룩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배 부분이 얼룩덜룩 검어지는 것인데요. 이 현상을 ‘흑화 현상’(무안측 흑화)라고 합니다.
짙은 색의 수조에서 양식되는 넙치에게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흑화 현상의 주된 원인은 인위적 사육환경에서 서로 몸을 부딪히며 자라는 넙치들의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넙치의 자연적인 습성은 인공 양식 환경에서 절대 충족되지 못합니다. 모래나 자갈이 전혀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초고밀도로 키워지다 보면 다른 개체들과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넙치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정상적인 넙치와 흑화 현상이 나타난 넙치를 비교했을 때, 후자에서 스트레스 지표인 혈중 코티졸, GLU 및 TP 농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납니다.

피멍이 든 넙치 (출처: 구로 몬 산 페이 일상 블로그)
또, 몸에 피멍이 드는 양식 넙치들도 있습니다. 그물 작업 시 그물코에 끼이거나, 다른 넙치와 한데 섞여 뒹굴다 생기는 충격으로 인해 피멍이 드는 것입니다. 활어차가 횟집에 도착하면 운송해온 넙치를 퍼다 수조에 옮기는데, 그때 물건을 취급하듯 험하게 다루고,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넙치들을 다치게 하기 일쑤입니다.
흑화나 피멍처럼 특별한 현상이 아니더라도, 양식장에서 출하된 넙치들은 한꺼번에 활어차에 실려 전국 각지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두운 활어차 안에서 서로 겹쳐진 상태로 마구 흔들리며 운송된 넙치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어두운색을 띠게 되고, 횟집 수조에 들어가 2~3일이나 지나야 원래 색으로 돌아옵니다. 막 수조 안으로 들어온 넙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직후라 맛이 없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각종 상품으로 이용되는 넙치 (출처: 제주대학교)
최근 들어 연어의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광어 소비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년 겨울, 제주도에서는 넙치의 도내 가격 하락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스럽게 자란 200t의 넙치가 폐기되기도 했습니다.
넙치는 이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동물인가요? 여름에는 모래와 자갈, 암초가 있는 연안에 산란하고, 겨울철에는 더 깊은 바다로 헤엄치며 살아가는 넙치.
광어는 ‘횟감’이 아니라 ‘수중동물’입니다. 탈육식으로 그들의 고통을 없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