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니즘
맞물리는 두 톱니바퀴,
페미니즘과 동물권 운동
윤나리 캠페이너 2018. 04. 26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매드맥스인데요. 화려한 액션과 영상미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페미니즘 관점으로 의미 있게 읽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더스 밀크’라는 이름으로 평생 모유를 착유당하고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간 여성들의 탈출과 연대를 다룬 영화입니다. 마더스 밀크를 생산하는 이 충격적인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젖소를 떠올렸을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중
권력층은 약자라고 규정한 존재들을 착취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교묘하게 가립니다. 그 시스템 속의 차별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문제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교육을 통해 세뇌시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에서는 권력층(주로 지정 성별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여성을 어떤 자리에 위치시키는가를 계속 상기시키고 이를 부수는 활동을 합니다.
이 점이 페미니즘과 동물권 운동이 맞닿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강자 약자 싸움이 아닌 위치 설정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물리적으로 어떤 비인간 동물은 인간 동물보다 훨씬 크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동물은 비인간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해왔습니다.

사진 출처: Jin Jang, Taken during dolphin show in Lisbon Zoo
많은 분들이 동물원에 가서 희귀한 동물들을 보며 귀엽고 즐거워하지만 종국에는 불쌍하고 쓸쓸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동물원에 가보면 인간 동물의 즐거움을 위해 비인간 동물들이 얼마나 착취당하고 있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돌고래, 원숭이, 펭귄과 같은 동물들이 재롱떨며 노동하는 모습. 코끼리, 기린과 같이 거대하고 악어, 사자와 같이 힘이 센 비인간 동물을 작고 척박한 우리에 집어넣은 모습 등등.

사진 출처: 동물해방물결
그러나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에서는 동물원에서의 감정을 쉽게 느낄 수가 없습니다. 과정이 생략되어 결과만 마주보기 때문이죠. 인간이 섭취할 고기로 납품되기 위해 ‘가축’으로 태어나고 길러지며 도축당한다, 이것은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저도 20년 넘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하고 고기를 먹어왔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간접적으로나마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고기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영화 매트릭스에는 주인공 네오가 진실을 알게 하는 빨간 약과 보이는 대로 믿게 되는 파란 약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빨간 약을 선택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진실을 알기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 해도,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진실을 마주하는 빨간 약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불편하더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스스로 옳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이 프로불편러입니다. 그래도 더 이상 성차별주의자로 살 수 없습니다.

영화 <매트릭스> 중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고 행동하려는 사람으로서, 동물권 운동가로서 페미니즘과 동물권 운동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과 동물, 둘 중 누구의 고통과 착취가 더 심각한지 비교하는 것은 우리의 싸움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여성과 동물이 차별(착취) 되어도 되는 위치에 있고 이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쟁점입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 5000여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했다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주요 주장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우월주의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오해입니다. 페미니즘은 성평등, 인권신장을 위해 약자인 여성의 지위를 올려 우리 사회의 차별을 없애는 운동입니다. 동물권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동물만을 위해 인간을 희생하려 하며, 동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행하고 있는 종차별적인 폭력을 멈추고 시스템을 부수어 인간 동물도 비인간 동물도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운동입니다.
진실을 알게 되는 빨간 약, 보이는 대로 믿게 되는 파란 약을 마주하는 순간이 여러분에게도 있었거나 곧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 전환점 이후 이 세상은 알면 알수록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빨간 약을 선택한 우리의 더 넓고 강력한 연대를 기대해 봅니다.
#비거니즘
맞물리는 두 톱니바퀴,
페미니즘과 동물권 운동
윤나리 캠페이너 2018. 04. 26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매드맥스인데요. 화려한 액션과 영상미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페미니즘 관점으로 의미 있게 읽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더스 밀크’라는 이름으로 평생 모유를 착유당하고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간 여성들의 탈출과 연대를 다룬 영화입니다. 마더스 밀크를 생산하는 이 충격적인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젖소를 떠올렸을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중
권력층은 약자라고 규정한 존재들을 착취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교묘하게 가립니다. 그 시스템 속의 차별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문제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교육을 통해 세뇌시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에서는 권력층(주로 지정 성별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여성을 어떤 자리에 위치시키는가를 계속 상기시키고 이를 부수는 활동을 합니다.
이 점이 페미니즘과 동물권 운동이 맞닿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강자 약자 싸움이 아닌 위치 설정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물리적으로 어떤 비인간 동물은 인간 동물보다 훨씬 크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동물은 비인간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해왔습니다.

사진 출처: Jin Jang, Taken during dolphin show in Lisbon Zoo
많은 분들이 동물원에 가서 희귀한 동물들을 보며 귀엽고 즐거워하지만 종국에는 불쌍하고 쓸쓸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동물원에 가보면 인간 동물의 즐거움을 위해 비인간 동물들이 얼마나 착취당하고 있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돌고래, 원숭이, 펭귄과 같은 동물들이 재롱떨며 노동하는 모습. 코끼리, 기린과 같이 거대하고 악어, 사자와 같이 힘이 센 비인간 동물을 작고 척박한 우리에 집어넣은 모습 등등.

사진 출처: 동물해방물결
그러나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에서는 동물원에서의 감정을 쉽게 느낄 수가 없습니다. 과정이 생략되어 결과만 마주보기 때문이죠. 인간이 섭취할 고기로 납품되기 위해 ‘가축’으로 태어나고 길러지며 도축당한다, 이것은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저도 20년 넘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하고 고기를 먹어왔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간접적으로나마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고기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영화 매트릭스에는 주인공 네오가 진실을 알게 하는 빨간 약과 보이는 대로 믿게 되는 파란 약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빨간 약을 선택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진실을 알기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 해도,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진실을 마주하는 빨간 약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불편하더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스스로 옳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이 프로불편러입니다. 그래도 더 이상 성차별주의자로 살 수 없습니다.

영화 <매트릭스> 중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고 행동하려는 사람으로서, 동물권 운동가로서 페미니즘과 동물권 운동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과 동물, 둘 중 누구의 고통과 착취가 더 심각한지 비교하는 것은 우리의 싸움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여성과 동물이 차별(착취) 되어도 되는 위치에 있고 이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쟁점입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 5000여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했다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주요 주장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우월주의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오해입니다. 페미니즘은 성평등, 인권신장을 위해 약자인 여성의 지위를 올려 우리 사회의 차별을 없애는 운동입니다. 동물권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동물만을 위해 인간을 희생하려 하며, 동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행하고 있는 종차별적인 폭력을 멈추고 시스템을 부수어 인간 동물도 비인간 동물도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운동입니다.
진실을 알게 되는 빨간 약, 보이는 대로 믿게 되는 파란 약을 마주하는 순간이 여러분에게도 있었거나 곧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 전환점 이후 이 세상은 알면 알수록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빨간 약을 선택한 우리의 더 넓고 강력한 연대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