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전부 개정!
‘동물보호법’ 이번엔
진짜 싹 바뀌는 걸까?
장희지 캠페이너 2022. 04. 18
지난 4월 5일,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동물보호법이 1991년 처음 제정된 이후, 수차례 개정됐음에도 진정으로 동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2011년 통과된 전부개정안에 이어 10년만에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동물해방물결이 주요 내용을 5가지로 짚어보았습니다.
1. 동물 학대 금지 행위 구체화 및 상향 규정
개정안 제10조 및 제99조
▪ 현행 동물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동물 학대 행위 10여 가지가 20여 가지로 확대.
▪ 위반 시 처벌되는 조항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추가.
이번 개정안에서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규정하던 동물 학대 행위를 ‘동물보호법’으로 상향 규정 했는데요. 해당 조항은 시행규칙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등 내용면에서 크게 보완되진 않았습니다. 동물 학대 금지 행위에 대한 범위도 여전히 한정적이고요.
지난해 7월 동물해방물결이 고발했던 성남 모란시장 관계자들은 전기 쇠꼬챙이를 이용한 방식으로 잔인하게 개를 도살해, 300만원 또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는데요. (관련 내용 보러가기) 이처럼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미약한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개정안에서 처벌 수위가 상향 규정 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제는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만 합니다.
2.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도입
개정안 제102조
▪ 동물학대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상담, 교육 등의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선고 가능.
개정안 제43조
▪ 동물 학대 행위자가 자신의 동물을 반환받고자 할 때는 ‘사육계획서’ 제출.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됩니다. 하지만 크게 아쉬운 점은 최대 5년간 동물 학대 행위자의 동물 사육 금지 처분을 명할 수 있는 ‘동물사육금지처분’ 조항이 삭제된 것입니다. “수범자에 따라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동물사육금지처분은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제도로서, 독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피학대 동물 등에 대한 소유를 제한하는 등 이미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강명령 또는 치료 프로그램만으로 동물 학대 재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보다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3. 소유자가 사육 포기한 동물,
지자체가 품는 ‘동물인수제’ 도입
개정안 제46조
▪ 소유자 등은 시·도지사 등에게 자신이 소유하거나 사육, 관리 또는 보호하는 동물의 인수 신청 가능.
▪ 무분별한 인수 신청을 막기 위해 사육 포기 사유는 장기 입원, 군 복무 등으로 엄격히 제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위와 같은 이유로 동물을 방치, 유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라고 밝혔는데요.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기 동물 등의 발생을 막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유기 동물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습니다. 동물생산업을 근절하고, 반려동물 입양 조건을 체계화하여 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관련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4.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기능 강화
개정안 제50조
▪ 일정 기준 이상의 실험동물을 보유한 동물실험시행기관의 장은 실험동물의 건강 및 복지증진을 위한 전임수의사 의무화.
개정안 제56조 및 57조
▪ 최초 심의 받은 실험동물의 증가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한 위원회의 변경심의를 받아야 하며, 심의를 받지 않은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즉시 중지 요구 가능.
실험동물과 관련된 조항들이 보강되기도 했습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을 효율화 하기 위한 여러 개편사항도 포함되었는데요. 하지만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실험동물공급자가 아닌 자로부터 공급받은 동물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은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9년, 동물해방물결이 고발한 경북대 ‘건강이’ 사건에서, 수의대 교수가 개 시장에서 개를 사와 산과실험에 동원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위 법안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관련 내용 보러가기)
단계적으로 동물실험 관련한 내용이 보강된 것은 환영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많은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이미 40여 개 국가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는만큼 한국도 빠르게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대체실험법 등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5. 동물복지축산농장 제도 정비
개정안 제61조
▪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유효기간(3년) 신설.
▪ 유효기간 만료 2개월 전에 인증 갱신 신청 제도 도입.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축산동물이 본래의 습성 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농장을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인증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잠깐! 동물복지축산농장에서 사육되는 축산동물이 과연 본래의 습성 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사육 환경은 공장식 축산보다 일부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동물들이 ‘고기’가 되기 위해 짧은 생애를 살다 도살되는 것은 공장식 축산업과 다르지 않습니다. 도축장에 간 동물들은 인간이 “인도적 도살”이라고 규정한 전살법, 타격법, 가스법 등으로 도살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공포를 경험합니다. (관련 내용 보러가기)
엄청난 수의 동물을 죽이고 있는 축산업이 지속되는 한 그 어디에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동물은 없습니다.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 됐지만,
갈 길이 천만리
지금까지 살펴본 주요 내용 5가지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반려동물 영업체계 개편, 민간동물보호소 신고 등이 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적 착취의 대상이 되는 축산, 실험, 전시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법은 찾아볼 수 없고, 반려동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동물보호법은 어떤 동물은 보호하고, 어떤 동물은 도구처럼 멋대로 다뤄도 된다는 종차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에 의해 착취, 학살되는 수많은 동물들. 동물해방물결은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전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10년 만에 전부 개정!
‘동물보호법’ 이번엔
진짜 싹 바뀌는 걸까?
장희지 캠페이너 2022. 04. 18
지난 4월 5일,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동물보호법이 1991년 처음 제정된 이후, 수차례 개정됐음에도 진정으로 동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2011년 통과된 전부개정안에 이어 10년만에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동물해방물결이 주요 내용을 5가지로 짚어보았습니다.
1. 동물 학대 금지 행위 구체화 및 상향 규정
개정안 제10조 및 제99조
▪ 현행 동물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동물 학대 행위 10여 가지가 20여 가지로 확대.
▪ 위반 시 처벌되는 조항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추가.
이번 개정안에서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규정하던 동물 학대 행위를 ‘동물보호법’으로 상향 규정 했는데요. 해당 조항은 시행규칙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등 내용면에서 크게 보완되진 않았습니다. 동물 학대 금지 행위에 대한 범위도 여전히 한정적이고요.
지난해 7월 동물해방물결이 고발했던 성남 모란시장 관계자들은 전기 쇠꼬챙이를 이용한 방식으로 잔인하게 개를 도살해, 300만원 또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는데요. (관련 내용 보러가기) 이처럼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미약한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개정안에서 처벌 수위가 상향 규정 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제는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만 합니다.
2.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도입
개정안 제102조
▪ 동물학대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상담, 교육 등의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선고 가능.
개정안 제43조
▪ 동물 학대 행위자가 자신의 동물을 반환받고자 할 때는 ‘사육계획서’ 제출.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됩니다. 하지만 크게 아쉬운 점은 최대 5년간 동물 학대 행위자의 동물 사육 금지 처분을 명할 수 있는 ‘동물사육금지처분’ 조항이 삭제된 것입니다. “수범자에 따라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동물사육금지처분은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제도로서, 독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피학대 동물 등에 대한 소유를 제한하는 등 이미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강명령 또는 치료 프로그램만으로 동물 학대 재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보다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3. 소유자가 사육 포기한 동물,
지자체가 품는 ‘동물인수제’ 도입
개정안 제46조
▪ 소유자 등은 시·도지사 등에게 자신이 소유하거나 사육, 관리 또는 보호하는 동물의 인수 신청 가능.
▪ 무분별한 인수 신청을 막기 위해 사육 포기 사유는 장기 입원, 군 복무 등으로 엄격히 제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위와 같은 이유로 동물을 방치, 유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라고 밝혔는데요.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기 동물 등의 발생을 막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유기 동물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습니다. 동물생산업을 근절하고, 반려동물 입양 조건을 체계화하여 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관련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4.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기능 강화
개정안 제50조
▪ 일정 기준 이상의 실험동물을 보유한 동물실험시행기관의 장은 실험동물의 건강 및 복지증진을 위한 전임수의사 의무화.
개정안 제56조 및 57조
▪ 최초 심의 받은 실험동물의 증가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한 위원회의 변경심의를 받아야 하며, 심의를 받지 않은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즉시 중지 요구 가능.
실험동물과 관련된 조항들이 보강되기도 했습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을 효율화 하기 위한 여러 개편사항도 포함되었는데요. 하지만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실험동물공급자가 아닌 자로부터 공급받은 동물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은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9년, 동물해방물결이 고발한 경북대 ‘건강이’ 사건에서, 수의대 교수가 개 시장에서 개를 사와 산과실험에 동원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위 법안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관련 내용 보러가기)
단계적으로 동물실험 관련한 내용이 보강된 것은 환영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많은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이미 40여 개 국가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는만큼 한국도 빠르게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대체실험법 등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5. 동물복지축산농장 제도 정비
개정안 제61조
▪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유효기간(3년) 신설.
▪ 유효기간 만료 2개월 전에 인증 갱신 신청 제도 도입.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축산동물이 본래의 습성 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농장을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인증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잠깐! 동물복지축산농장에서 사육되는 축산동물이 과연 본래의 습성 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사육 환경은 공장식 축산보다 일부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동물들이 ‘고기’가 되기 위해 짧은 생애를 살다 도살되는 것은 공장식 축산업과 다르지 않습니다. 도축장에 간 동물들은 인간이 “인도적 도살”이라고 규정한 전살법, 타격법, 가스법 등으로 도살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공포를 경험합니다. (관련 내용 보러가기)
엄청난 수의 동물을 죽이고 있는 축산업이 지속되는 한 그 어디에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동물은 없습니다.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 됐지만,
갈 길이 천만리
지금까지 살펴본 주요 내용 5가지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반려동물 영업체계 개편, 민간동물보호소 신고 등이 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적 착취의 대상이 되는 축산, 실험, 전시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법은 찾아볼 수 없고, 반려동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동물보호법은 어떤 동물은 보호하고, 어떤 동물은 도구처럼 멋대로 다뤄도 된다는 종차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에 의해 착취, 학살되는 수많은 동물들. 동물해방물결은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전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