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불태웠다...”
홀로 비건 하다가
‘번아웃’ 온 동지들 주목!
2022. 03. 17
불과 2~3년 사이에 ‘비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습니다. 버스에는 비건 화장품이 광고되고,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비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비건 제품에 많은 투자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모든 동물의 해방’이라는 비거니즘의 핵심은 여전히 가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직장, 가족,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 설득해야 합니다.
비거니즘이 트렌드라고 하는데, 내 주위에 비건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요?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먹고 살며 사랑하고 있을까요?
비건에게 번아웃이란
혹시 지금 ‘번아웃(Burn-out)’인가요? 번아웃은 에너지가 불타서 없어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업무나 일상 등 모든 일에 무기력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기분이죠. 최근에는 ‘육아 번아웃’, ‘입시 번아웃’과 같은 단어도 생기고 있어요.
비건들이 느끼는 번아웃을 ‘비건 번아웃’이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아직까지 논비건이 기본인 세상에서 홀로 비건 생활을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본의 아니게 비건 전도사가 되어 ‘왜 비건인가?’를 열을 다해 설명하다가도 “단백질은 어떻게 해?” “식물은 안 불쌍해?” 같은 질문을 수백 번째로 맞이했을 때 분노와 무기력함이 드는 것이죠.
와중에 다행인 점은 혼자 비건 번아웃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비건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도, 오랫동안 비건을 해 온 사람도 예외 없이 비건 번아웃을 느끼죠.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게 드러내고 활동하는 비건은 이에 더 취약할 텐데요. 힙합 뮤지션이자 비건 페미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슬릭은 이렇게 말합니다.
“완전 번아웃이었죠. 언제까지 나만.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걸 십분 이해하지만,
문화예술계에서 이렇게까지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그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슬릭의 번아웃 고백에 같은 뮤지션이자 비건 동지인 전범선은 이렇게 되묻습니다.
“슬릭이 덜 지치기 위해서 무엇이 있었어야 할까요?”
지치지 않는 비건 생활을 위해
무언가를 지치지 않고 계속 하기 위해서는 ‘내 편’이 필요합니다. ‘내 곁에 있는 당신이 나에게 퍽 소중하며 당신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에 와닿았다’는 확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모든 동물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아갈 수 없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건 번아웃에 빠졌을 때 ‘내가 여기 있으니 나를 믿고 계속 같이 하자’라고 말해주는 비건 동지가 있다면 잠시 지쳤다가도 다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는 그런 연대의 몸짓들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슬릭은 연대란 믿는 이와 서로 등을 맞대는 모양이라고 말합니다.
슬릭 : “연대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요.”
전범선 : “어깨동무를 하고 있거나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요?”
슬릭 : “다같이 모여 있을 때 어디를 바라 봐야 할까요? 모인 사람들의 안쪽을 바라보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인 경계의 바깥을 바라 봐야 모인 의미가 있고, 그러려면 서로 등을 맞대야 하고. 등을 맞대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겠죠.”
동물 해방은 비건 해방에서부터!
나는 비건으로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인간 동물 그리고 비인간 동물과의 연대를 고민하는 사람, 동물 해방과 함께 비건 해방을 고민하는 사람! 지금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서로에게 묻고 답했던 전범선과 슬릭의 대화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요?
“비건 운동의 시작은 비건 해방이다. 내가 살아야 남을 살리고, 내가 행복해야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슬릭은 그것을 ‘나나 잘해야 한다’고 표현한다. ‘너나 잘해’라고 외치기 전에 나부터 잘해야 한다.”
모두를 살리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전범선, 누구도 해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슬릭.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비건 뮤지션이 지친 비건 동지들을 위해 만들어 낸 연대의 몸짓들을 <나쁜 비건은 어디든 가지>(두루미)에서 확인해 보세요!
“하얗게 불태웠다...”
홀로 비건 하다가
‘번아웃’ 온 동지들 주목!
2022. 03. 17
불과 2~3년 사이에 ‘비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습니다. 버스에는 비건 화장품이 광고되고,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비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비건 제품에 많은 투자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모든 동물의 해방’이라는 비거니즘의 핵심은 여전히 가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직장, 가족,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 설득해야 합니다.
비거니즘이 트렌드라고 하는데, 내 주위에 비건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요?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먹고 살며 사랑하고 있을까요?
비건에게 번아웃이란
혹시 지금 ‘번아웃(Burn-out)’인가요? 번아웃은 에너지가 불타서 없어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업무나 일상 등 모든 일에 무기력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기분이죠. 최근에는 ‘육아 번아웃’, ‘입시 번아웃’과 같은 단어도 생기고 있어요.
비건들이 느끼는 번아웃을 ‘비건 번아웃’이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아직까지 논비건이 기본인 세상에서 홀로 비건 생활을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본의 아니게 비건 전도사가 되어 ‘왜 비건인가?’를 열을 다해 설명하다가도 “단백질은 어떻게 해?” “식물은 안 불쌍해?” 같은 질문을 수백 번째로 맞이했을 때 분노와 무기력함이 드는 것이죠.
와중에 다행인 점은 혼자 비건 번아웃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비건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도, 오랫동안 비건을 해 온 사람도 예외 없이 비건 번아웃을 느끼죠.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게 드러내고 활동하는 비건은 이에 더 취약할 텐데요. 힙합 뮤지션이자 비건 페미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슬릭은 이렇게 말합니다.
“완전 번아웃이었죠. 언제까지 나만.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걸 십분 이해하지만,
문화예술계에서 이렇게까지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그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슬릭의 번아웃 고백에 같은 뮤지션이자 비건 동지인 전범선은 이렇게 되묻습니다.
“슬릭이 덜 지치기 위해서 무엇이 있었어야 할까요?”
지치지 않는 비건 생활을 위해
무언가를 지치지 않고 계속 하기 위해서는 ‘내 편’이 필요합니다. ‘내 곁에 있는 당신이 나에게 퍽 소중하며 당신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에 와닿았다’는 확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모든 동물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아갈 수 없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건 번아웃에 빠졌을 때 ‘내가 여기 있으니 나를 믿고 계속 같이 하자’라고 말해주는 비건 동지가 있다면 잠시 지쳤다가도 다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는 그런 연대의 몸짓들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슬릭은 연대란 믿는 이와 서로 등을 맞대는 모양이라고 말합니다.
슬릭 : “연대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요.”
전범선 : “어깨동무를 하고 있거나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요?”
슬릭 : “다같이 모여 있을 때 어디를 바라 봐야 할까요? 모인 사람들의 안쪽을 바라보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인 경계의 바깥을 바라 봐야 모인 의미가 있고, 그러려면 서로 등을 맞대야 하고. 등을 맞대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겠죠.”
동물 해방은 비건 해방에서부터!
나는 비건으로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인간 동물 그리고 비인간 동물과의 연대를 고민하는 사람, 동물 해방과 함께 비건 해방을 고민하는 사람! 지금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서로에게 묻고 답했던 전범선과 슬릭의 대화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요?
“비건 운동의 시작은 비건 해방이다. 내가 살아야 남을 살리고, 내가 행복해야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슬릭은 그것을 ‘나나 잘해야 한다’고 표현한다. ‘너나 잘해’라고 외치기 전에 나부터 잘해야 한다.”
모두를 살리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전범선, 누구도 해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슬릭.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비건 뮤지션이 지친 비건 동지들을 위해 만들어 낸 연대의 몸짓들을 <나쁜 비건은 어디든 가지>(두루미)에서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