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팬데믹’이 온다
: 조류독감에 대하여
장희지 캠페이너 2025. 04. 17
조류독감(AI·Avian Influenza)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입니다. 매년 겨울이면 가금류 농장에서 조류독감(AI)이 발생하며, 닭과 오리에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44건의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으며, 무려 450만 명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으로 희생됐습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조류독감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알을 낳는 여성 닭(산란계)이 대량 학살되었고, 그 여파로 달걀 공급이 줄어들면서 달걀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이에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로, 미국으로 달걀을 수출하기 시작했고요.
국내 최초 미국 달걀 수출 기념식. 연합뉴스
하지만 지금 인간이 걱정해야 할 것은 ‘달걀 가격’이 아니라 모든 동물의 안전입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조류를 넘어 소, 고양이 등 포유류까지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간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상치 않은 확산 조짐에 전문가들은 ‘넥스트 팬데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조류에게만 감염되던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 전염까지 왔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H5N1라고 불리는 너… 도대체 뭔데?
조류독감은 말 그대로 조류가 걸리는 감기입니다. 야생 조류가 이 바이러스의 자연적 숙주이며,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됩니다. 독감은 A형, B형, C형 등의 유형으로 나뉘는데요. 조류독감은 A형 바이러스로, H5N1, H7N9 같은 숫자가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기준으로 한 유전자 번호입니다. 헤마글루티닌(H)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는 역할을 하며, 뉴라미니다아제(N)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빠져나와 전파되는 것을 돕습니다.
인간 간 전파되는 독감은 흔히 H1, H2, H3과 N1, N2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팬데믹 사례로는 1918년 스페인 독감(H1N1)을 비롯해 1957년 아시아 독감(H2N2), 1968년 홍콩 독감(H3N2)이 있습니다. 이들 바이러스 모두 조류독감 바이러스에서 유래했으며, 돼지 같은 중간 숙주를 거쳐 변이를 일으킨 뒤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18년 미국 캔자스주 병원 응급실의 스페인 독감 환자들. 가디언
현재 유행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형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1959년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당시에는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는 저병원성 바이러스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공장식 축산이 확대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가 빠른 시간 안에 사망할 정도로 독성이 강해졌습니다. H5N1 바이러스의 최초 인간 감염 사례는 1997년 홍콩에서 발생했으며, 18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숙주에 적응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H5N1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변이를 거듭하며 숙주 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류 사이에서만 감염되던 바이러스가 소, 고양이, 곰, 여우 등 다양한 포유류를 감염시키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는 인간 감염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H5N1이 종의 장벽을 넘어 다양한 숙주를 감염시키고 있는 지금, 팬데믹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바이러스 변이와 확산의 원인=밀집 사육
조류독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변이를 거듭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동물을 집약적으로 사육, 착취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있습니다. 축산업계는 동물을 빠르게 성장시켜 대량 생산하기 위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는데요. 이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어 밀집 사육하는 방식은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과 변이의 온상입니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좁은 환경은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가속화하고, 변이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또한, 비위생적이고 극도의 스트레스는 동물들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은 심한 호흡곤란, 설사,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며, 감염된 닭은 거의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높은 치사율을 기록합니다.
2024년, 동물해방물결이 직접 조사한 국내 삼계(백세미) 사육 농가 내부 모습.
현재 가금류용 조류독감 백신은 존재하지만 치료제는 없습니다. 조류독감 백신은 효과성, 경제적 요인 등의 문제로 인해 중국, 이집트,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만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조류독감 발생 시 살처분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염된 개체뿐만 아니라 감염 가능성이 있는 수십만 명의 닭과 오리가 산 채로 가스에 질식되거나 구덩이에 묻히는 잔혹한 방식으로 죽임당하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오리 농가에서 살처분을 진행하는 모습.한겨레
매년 조류독감과 같은 동물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동물을 대량 학살해 왔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조류독감 인간 감염 사례에서 대부분이 동물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축산업 종사자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부터 현재까지 23개국에서 896명이 조류독감에 감염되어 463명이 사망했습니다. 치사율이 약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앞으로 인간 간 전파가 가능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팬데믹 막으려면, 축산업 전환은 필수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기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축산업의 밀집 사육 방식이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습니다. 반복되는 조류독감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협을 막으려면, 단순한 방역 강화나 살처분 정책이 아니라 축산업 자체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는 축사 환경 개선에서 나아가 사육 동물 총수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하여 밀집 사육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입니다. 또한 살처분 중심의 방역이 아닌 예방과 치료를 기반으로 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동시에 친환경, 생태 농업으로서의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고, 생계형 축산업 종사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조류독감 팬데믹이 닥쳐오기 전에 축산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단계적 전환을 위한 정책을 속히 수립해야 합니다. 이제는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해,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 생명 중심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탈축산을 위한 목소리를 높여주세요!
‘넥스트 팬데믹’이 온다
: 조류독감에 대하여
장희지 캠페이너 2025. 04. 17
조류독감(AI·Avian Influenza)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입니다. 매년 겨울이면 가금류 농장에서 조류독감(AI)이 발생하며, 닭과 오리에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44건의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으며, 무려 450만 명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으로 희생됐습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조류독감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알을 낳는 여성 닭(산란계)이 대량 학살되었고, 그 여파로 달걀 공급이 줄어들면서 달걀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이에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로, 미국으로 달걀을 수출하기 시작했고요.
국내 최초 미국 달걀 수출 기념식. 연합뉴스
하지만 지금 인간이 걱정해야 할 것은 ‘달걀 가격’이 아니라 모든 동물의 안전입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조류를 넘어 소, 고양이 등 포유류까지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간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상치 않은 확산 조짐에 전문가들은 ‘넥스트 팬데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조류에게만 감염되던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 전염까지 왔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H5N1라고 불리는 너… 도대체 뭔데?
조류독감은 말 그대로 조류가 걸리는 감기입니다. 야생 조류가 이 바이러스의 자연적 숙주이며,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됩니다. 독감은 A형, B형, C형 등의 유형으로 나뉘는데요. 조류독감은 A형 바이러스로, H5N1, H7N9 같은 숫자가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기준으로 한 유전자 번호입니다. 헤마글루티닌(H)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는 역할을 하며, 뉴라미니다아제(N)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빠져나와 전파되는 것을 돕습니다.
인간 간 전파되는 독감은 흔히 H1, H2, H3과 N1, N2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팬데믹 사례로는 1918년 스페인 독감(H1N1)을 비롯해 1957년 아시아 독감(H2N2), 1968년 홍콩 독감(H3N2)이 있습니다. 이들 바이러스 모두 조류독감 바이러스에서 유래했으며, 돼지 같은 중간 숙주를 거쳐 변이를 일으킨 뒤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18년 미국 캔자스주 병원 응급실의 스페인 독감 환자들. 가디언
현재 유행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형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1959년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당시에는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는 저병원성 바이러스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공장식 축산이 확대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가 빠른 시간 안에 사망할 정도로 독성이 강해졌습니다. H5N1 바이러스의 최초 인간 감염 사례는 1997년 홍콩에서 발생했으며, 18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숙주에 적응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H5N1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변이를 거듭하며 숙주 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류 사이에서만 감염되던 바이러스가 소, 고양이, 곰, 여우 등 다양한 포유류를 감염시키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는 인간 감염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H5N1이 종의 장벽을 넘어 다양한 숙주를 감염시키고 있는 지금, 팬데믹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바이러스 변이와 확산의 원인=밀집 사육
조류독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변이를 거듭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동물을 집약적으로 사육, 착취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있습니다. 축산업계는 동물을 빠르게 성장시켜 대량 생산하기 위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는데요. 이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어 밀집 사육하는 방식은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과 변이의 온상입니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좁은 환경은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가속화하고, 변이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또한, 비위생적이고 극도의 스트레스는 동물들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은 심한 호흡곤란, 설사,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며, 감염된 닭은 거의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높은 치사율을 기록합니다.
2024년, 동물해방물결이 직접 조사한 국내 삼계(백세미) 사육 농가 내부 모습.
현재 가금류용 조류독감 백신은 존재하지만 치료제는 없습니다. 조류독감 백신은 효과성, 경제적 요인 등의 문제로 인해 중국, 이집트,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만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조류독감 발생 시 살처분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염된 개체뿐만 아니라 감염 가능성이 있는 수십만 명의 닭과 오리가 산 채로 가스에 질식되거나 구덩이에 묻히는 잔혹한 방식으로 죽임당하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오리 농가에서 살처분을 진행하는 모습.한겨레
매년 조류독감과 같은 동물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동물을 대량 학살해 왔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조류독감 인간 감염 사례에서 대부분이 동물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축산업 종사자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부터 현재까지 23개국에서 896명이 조류독감에 감염되어 463명이 사망했습니다. 치사율이 약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앞으로 인간 간 전파가 가능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팬데믹 막으려면, 축산업 전환은 필수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기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축산업의 밀집 사육 방식이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습니다. 반복되는 조류독감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협을 막으려면, 단순한 방역 강화나 살처분 정책이 아니라 축산업 자체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는 축사 환경 개선에서 나아가 사육 동물 총수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하여 밀집 사육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입니다. 또한 살처분 중심의 방역이 아닌 예방과 치료를 기반으로 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동시에 친환경, 생태 농업으로서의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고, 생계형 축산업 종사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조류독감 팬데믹이 닥쳐오기 전에 축산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단계적 전환을 위한 정책을 속히 수립해야 합니다. 이제는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해,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 생명 중심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탈축산을 위한 목소리를 높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