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어디까지 알고 있니?
장희지 캠페이너 2024. 10. 02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2020)>을 아시나요? <나의 문어 선생님>은 남아프리카 바다의 해초 숲을 헤엄치던 영화감독이 우연히 만난 문어의 삶을 1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인데요. 문어와 인간, 종을 초월한 교감과 유대감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어요. 올해 4월에는 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다양한 종 문어의 이야기를 담아낸 <문어의 비밀>도 공개되었죠. 두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신비한 문어의 삶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을 자아내는데요. 문어숙회, 문어해물탕이 아닌 진짜 ‘문어’는 과연 어떤 동물일까요?
디즈니플러스 <문어의 비밀> 공식 트레일러 이미지
0.2초만에 변신?
문어의 놀라운 생존 능력
문어는 뼈 없이 부드러운 몸(머리)에 8개의 다리가 달린 두족류(頭足類)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연한 다리로 정교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다른 종과도 소통이 가능한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문어는 다리마다 200개가 넘는 빨판이 있는데, 각 빨판은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다수의 신경세포가 분포되어 있어 매우 민감해요. 빨판을 통해 물체의 질감, 모양, 밀도 등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맛을 감지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으로 치면 손가락 끝과 코, 혀가 같이 붙어 있는 것이죠.
신체의 색과 모습, 피부 질감을 주변 환경과 매우 비슷하게 바꾸는 뛰어난 위장 능력도 갖추고 있어요. 뇌가 피부의 근육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피부 근육들은 다양한 색을 띠는 약 2천만 개의 색소 주머니와 연결되어 있는데요. 작은 색소 주머니들을 늘리고 느슨하게 풀면서 무수한 무늬와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과정이 단 0.2초 만에 이루어지며, 1시간에 170번 이상 변신할 수 있다는 거예요! 색과 무늬뿐만 아니라 피부 질감도 빠르게 바꿀 수 있는데, 주변 환경을 보기만 해도 질감을 재현할 수 있다고 해요.
문어의 위장 능력은 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카멜레온 문어와 같은 특정 종의 경우에는 물뱀, 해파리, 넙치 등 여러 해양 생물의 모습과 움직임을 모방할 수 있어요. 단순히 모습을 흉내 내는 것뿐만 아니라, 각 생명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해 그 두려움을 사냥에 이용한다고 합니다. 주변 해조류, 조개껍질 등을 이용해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사냥하기도 하죠. 전략과 속임수를 펼치는 문어의 생존 방식을 들여다보면 문어는 바다의 작은 책략가라 할 수 있어요.
무척추동물인 문어도
자각있는 존재!
무척추동물인 문어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지난 2021년 영국 정부의 의뢰로 무척추동물의 고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런던정경대 연구팀은 문어나 게, 가재도 고통을 느끼는 지각있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는데요. 연구팀은 이들이 고통을 느끼는 수용체를 가졌는지, 마취제나 진통제 투여에 반응하는지 등 8가지 과학적 기준을 적용해 지각 능력을 평가했고, 이들 모두 중추신경계를 통해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를 확인했어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영국 정부는 지난 2022년 4월 문어와 게를 지각있는 존재로 인정한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의결했고요. 스위스, 노르웨이, 뉴질랜드는 이미 두족류와 십각류의 무척추동물을 지각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산 채로 끓는 물에 삶거나 생식하는 비인도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죠.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국가에서는 법적으로 동물의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만을 동물보호법의 보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데요. 인간-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생명 살림’의 확장을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인 법적, 사회적, 정치적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제는 문어까지
‘양식’하겠다고요?
문어의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나 되는데요. 우리나라 바다에는 8~9종의 문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중에서도 크기 3~5m에 달하는 대문어와 60cm로 작은 참문어가 가장 흔하게 포획당하는 종이예요.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문어 생산량이 감소하자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문어 등 두족류 양식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는데요.
문어는 지능이 높고 무리 지어 생활하지 않는 데다 영역에 대한 인식이 확실한 동물입니다. 또 여성 문어는 일생 동안 한 번만 알을 낳으며 알이 부화할 때까지 먹이도 먹지 않고 알이 부화한 후에 죽는 생물학적 특성이 있고요. 이러한 이유로 양식이 어려워 인간은 통발 어업과 낚시 등으로 문어를 잡아 왔죠. 그런데 지난 2022년, 스페인의 한 수산업체가 대규모 문어 양식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과 국제 동물단체들이 문어 양식의 환경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어요.
이후 지각있는 동물인 문어에 대한 집단 감금 사육과 도살은 비윤리적이라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미국 워싱턴 주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문어 양식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지난 9월 초,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문어 양식과 양식한 문어의 판매, 운송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미국은 문어 양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문어가 있어야 할 곳은
‘식탁’이 아닌 ‘바다’
문어는 번식 방식과 높은 대사율 등 여러 생리적, 생태적 요인으로 인해 자연 수명이 3~5년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최근 기후생태위기로 인한 바다 온도 상승이 문어의 시력을 악화시켜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전 세계 바다에서 매년 약 35만 톤의 문어가 포획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바다 생태계와 문어의 자유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의 착취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비거니즘의 실천과 생명 살림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느끼는 모두의 자유를 위해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행동해 주세요!
문어,
어디까지 알고 있니?
장희지 캠페이너 2024. 10. 02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2020)>을 아시나요? <나의 문어 선생님>은 남아프리카 바다의 해초 숲을 헤엄치던 영화감독이 우연히 만난 문어의 삶을 1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인데요. 문어와 인간, 종을 초월한 교감과 유대감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어요. 올해 4월에는 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다양한 종 문어의 이야기를 담아낸 <문어의 비밀>도 공개되었죠. 두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신비한 문어의 삶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을 자아내는데요. 문어숙회, 문어해물탕이 아닌 진짜 ‘문어’는 과연 어떤 동물일까요?
디즈니플러스 <문어의 비밀> 공식 트레일러 이미지
0.2초만에 변신?
문어의 놀라운 생존 능력
문어는 뼈 없이 부드러운 몸(머리)에 8개의 다리가 달린 두족류(頭足類)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연한 다리로 정교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다른 종과도 소통이 가능한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문어는 다리마다 200개가 넘는 빨판이 있는데, 각 빨판은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다수의 신경세포가 분포되어 있어 매우 민감해요. 빨판을 통해 물체의 질감, 모양, 밀도 등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맛을 감지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으로 치면 손가락 끝과 코, 혀가 같이 붙어 있는 것이죠.
신체의 색과 모습, 피부 질감을 주변 환경과 매우 비슷하게 바꾸는 뛰어난 위장 능력도 갖추고 있어요. 뇌가 피부의 근육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피부 근육들은 다양한 색을 띠는 약 2천만 개의 색소 주머니와 연결되어 있는데요. 작은 색소 주머니들을 늘리고 느슨하게 풀면서 무수한 무늬와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과정이 단 0.2초 만에 이루어지며, 1시간에 170번 이상 변신할 수 있다는 거예요! 색과 무늬뿐만 아니라 피부 질감도 빠르게 바꿀 수 있는데, 주변 환경을 보기만 해도 질감을 재현할 수 있다고 해요.
문어의 위장 능력은 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카멜레온 문어와 같은 특정 종의 경우에는 물뱀, 해파리, 넙치 등 여러 해양 생물의 모습과 움직임을 모방할 수 있어요. 단순히 모습을 흉내 내는 것뿐만 아니라, 각 생명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해 그 두려움을 사냥에 이용한다고 합니다. 주변 해조류, 조개껍질 등을 이용해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사냥하기도 하죠. 전략과 속임수를 펼치는 문어의 생존 방식을 들여다보면 문어는 바다의 작은 책략가라 할 수 있어요.
무척추동물인 문어도
자각있는 존재!
무척추동물인 문어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지난 2021년 영국 정부의 의뢰로 무척추동물의 고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런던정경대 연구팀은 문어나 게, 가재도 고통을 느끼는 지각있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는데요. 연구팀은 이들이 고통을 느끼는 수용체를 가졌는지, 마취제나 진통제 투여에 반응하는지 등 8가지 과학적 기준을 적용해 지각 능력을 평가했고, 이들 모두 중추신경계를 통해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를 확인했어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영국 정부는 지난 2022년 4월 문어와 게를 지각있는 존재로 인정한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의결했고요. 스위스, 노르웨이, 뉴질랜드는 이미 두족류와 십각류의 무척추동물을 지각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산 채로 끓는 물에 삶거나 생식하는 비인도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죠.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국가에서는 법적으로 동물의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만을 동물보호법의 보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데요. 인간-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생명 살림’의 확장을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인 법적, 사회적, 정치적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제는 문어까지
‘양식’하겠다고요?
문어의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나 되는데요. 우리나라 바다에는 8~9종의 문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중에서도 크기 3~5m에 달하는 대문어와 60cm로 작은 참문어가 가장 흔하게 포획당하는 종이예요.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문어 생산량이 감소하자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문어 등 두족류 양식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는데요.
문어는 지능이 높고 무리 지어 생활하지 않는 데다 영역에 대한 인식이 확실한 동물입니다. 또 여성 문어는 일생 동안 한 번만 알을 낳으며 알이 부화할 때까지 먹이도 먹지 않고 알이 부화한 후에 죽는 생물학적 특성이 있고요. 이러한 이유로 양식이 어려워 인간은 통발 어업과 낚시 등으로 문어를 잡아 왔죠. 그런데 지난 2022년, 스페인의 한 수산업체가 대규모 문어 양식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과 국제 동물단체들이 문어 양식의 환경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어요.
이후 지각있는 동물인 문어에 대한 집단 감금 사육과 도살은 비윤리적이라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미국 워싱턴 주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문어 양식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지난 9월 초,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문어 양식과 양식한 문어의 판매, 운송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미국은 문어 양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문어가 있어야 할 곳은
‘식탁’이 아닌 ‘바다’
문어는 번식 방식과 높은 대사율 등 여러 생리적, 생태적 요인으로 인해 자연 수명이 3~5년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최근 기후생태위기로 인한 바다 온도 상승이 문어의 시력을 악화시켜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전 세계 바다에서 매년 약 35만 톤의 문어가 포획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바다 생태계와 문어의 자유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의 착취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비거니즘의 실천과 생명 살림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느끼는 모두의 자유를 위해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행동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