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피해동물
돼지에게 허락된 시간,
6개월을 박탈할 권리
장인영 캠페이너 2018. 04. 17
지난 3월 26일 김포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축이 신고 돼 27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A형 구제역으로 확진됨에 따라 경기도는 확산방지를 위해 신고농가 돼지 1059마리와 반경 3km내 사육중인 돼지 5000여 마리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이어 4월 11일 김포시 통진읍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으나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음성 반응으로 판정됐다. 6000여 마리의 살처분이 보여주는 착취와 잔인함의 현장에서, 돼지를 향한 인도적인 처우는 겨우 안락사 전용 약물도 아닌 근육이완제인 ‘석시니콜린’으로 대변되고 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적어도 약 2000년 전 고구려인이 만주지방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돼지를 들여와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렵채취 생활보다 더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는 농업사회는 동물을 매개로 시작된 전염병의 진화와 발생·확산을 촉발시켰다. 농업을 주된 산업으로 여겨왔던 우리나라 역시 돼지를 포함한 가축의 분뇨, 피에 쉽게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떠올린다면 삼국시대에도 전염병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기록된 구제역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소 15마리에서 발병한 것으로, 1934년까지 총 23회 발생했다.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마지막 발병까지 145일간 총 185건, 소·돼지 살처분 347만 마리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당시 민주당 이미경 전 국회의원이 방역과정에서 돼지 약 4천 마리를 산 채로 묻은 사진을 폭로한 후, 우리 사회에서 인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행해졌던 살처분 관행이 비인도적인 동물학대 행위로 읽히기 시작했다.
국내산과 국외산의 문제가 아니다
돈가스 먹으러 가는 줄 알았더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치과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만큼 우리에게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돼지는 돈가스이자, 음식이었다. 아이가 입을 옷이 유기농 면 100프로인지, 내 얼굴에 바를 로션이 유해 화학성분은 아닌지, 오늘자 미세먼지 농도는 몇 ㎍/m³인지, 우리가 살면서 신경 쓸 거리는 구만구천구백구십 가지가 넘지만 애석하게도 바삭한 돈가스 튀김가루 사이에 자리 잡은 돼지 등심의 이력은 메뉴판에 적힌 “국내산”이면 만사오케이다.

돼지의 특정부위를 조리하여 만든 돈가스
국내에서 사육된 돼지든, 국외에서 사육된 돼지든 사육시설과 주변 환경의 차이가 있을 뿐, 식용의 목적으로 태어나 한해살이도 전에 도축되어 우리 식탁에 오른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김포 양돈농장의 경우처럼 구제역이라도 돌게 되면 돼지는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어 그보다 일찍 잔인하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살처분 현장에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돼지를 단순히 식품이나 전염병의 매개체이기 전에 소중한 생명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생명에 크고 작음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뒤로 차치해두고서라도 말이다.
어미돼지와 아기돼지 삼형제
인터넷 서핑 중 우연찮게 돼지 출산 견학에 관한 안내게시물을 보았다. 출산 일자에 맞춰 방문예약을 한 후, ‘신비로운’ 출산 과정을 방문객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출산을 59일 앞두고 있는 필자는 해당 게시물을 접한 후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동물과 인간과의 사이에 경계선을 그은 후, 그 선을 기준으로 동물을 대하는 규제와 법, 윤리적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출산 중인 사람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될 일로 생각하지만, 출산 중인 돼지에게 같은 짓을 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자연스레 치부하고 있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구분 지었을 뿐, 전시용 돼지와 식품용 돼지는 같은 돼지이다.
출산을 앞둔 자연 상태의 암퇘지는 대단히 세심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새끼를 낳아 보살필 최적의 보금자리를 물색한다. 암퇘지는 6km 이상을 이동하며 적합한 출산 장소를 고른 후, 덤불이나 가지를 이용하여 새로 태어날 새끼돼지에게 쾌적할 환경으로 꾸민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태어난 새끼돼지는 스스로 어미의 젖꼭지를 찾고, 서로의 몸을 부비 대며 온기를 나누며 체온을 유지한다. 자연 상태의 출산현장에는 공장식 밀집사육시설의 스톨(분만틀: 폭 60cm 길이 210cm, 바닥은 딱딱한 시멘트나 철제로 이루어짐)은 없다. 마취도 없이 거세가 되거나 꼬리가 잘릴 일도 없다.
양돈농장에서는 돼지고기 소비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웅취(수퇘지의 지방에 안드로스테논 및 스카톨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자 마취 없이 거세를 한다. 또한 사육장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이상행동인 꼬리 물어뜯기를 방지하기 위해 새끼돼지의 꼬리를 미리 자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식용 목적의 상품이 된 새끼돼지는 어미와 떨어져 축사에 쑤셔 넣어진 후 5~6개월 령이 지나면 도축장행 트럭에 오르게 된다. 우리는 왜 지구상 대부분의 돼지들을 먹기 위해서 사육하는 것일까? 인간의 조상들이 동물을 사냥하여 육식을 해 왔기 때문에 돼지를 사육하는 것도 원래 자연스러운 것일까?

2010년 구제역파동 당시 생매장 살처분 당하고 있는 돼지들 출처: 이미경 전 국회의원
돼지는 원래 먹히라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가축화시기를 알고 있는 동물은 모두 B.C 8000년~2500년 경에 가축화되었다고 한다. 이 전에 존재했던 수렵채집인은 매일 구해오는 야생의 식물이나 동물로 살아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 따르면 동물의 가축화란 “인간에게 더 유용한 동물”로 개량하는 과정으로 인간이 번식과 먹이 공급을 통제하는 동물, 즉 감금 상태에서 인간의 용도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번식시켜 야생 조상으로부터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입증된 바에 따르면 돼지는 중국과 서남아시아에서 B.C 8000년 경에 가축화되었다. 돼지 사육이 “원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가축화를 포함한 농업의 출현으로 인해 인간 사회는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오늘날 세계 여러 국가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동물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의 진화와 확산, 그리고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 문제가 현대 문명의 제노사이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사회는 1997년 O-157 파동,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었으며 잊을 만하면 발병하는 AI, 구제역을 경험하는 중이다. 가축을 길들이고 농업이 생활양식이 되면서 인간의 문명이 점차 발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동물 착취와 잔임함의 역사에서 점점 동물에 대한 폭력이 우리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 결과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동물에 대한 폭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돼지를 사육하고 잡아먹는 것이 “원래 그런 게” 아니라는 움직임 말이다.
돼지를 먹을 권리
우리는 돼지를 생명이 아닌 식품으로만 대하면서 얻게 된, 인간 문명이 낳은 역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현재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는 문제, 즉 구제역 발생과 같은 상황을 타파해 나가기위해 살아있는 생명에게 조금의 인간성을 베풀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전적 형태가 나타난 후, 약 700만년이라는 오랜 역사 동안 인간과 동물 사이에 존재했던 기준선은 끊임없이 바뀌었으며, 현대에 와선 동물에 대한 인도주의적 성찰로 확장되었다. 돼지를 생명 자체로 대하는 우리의 생각이 채식이라는 윤리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육식과 채식은 다양한 사회 문화와 현상 속에서 나타나는 것들이기에 혹자에게는 동물권 논증으로만 설득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희망적인 미래가 존재하길 바란다면 우리가 오랜 시간 동물에게 가했던 폭력을 헤아려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본성을 거스른 채 돼지를 잔인하게 사육하고 그들의 죽음 앞에 직면한 고통을 모른 채 할 수 있는 우리 인간만의 특별한 권리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스톨에 갇혀 사육당하고 있는 모돈의 모습 출처: Mercy For Animals
#축산피해동물
돼지에게 허락된 시간,
6개월을 박탈할 권리
장인영 캠페이너 2018. 04. 17
지난 3월 26일 김포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축이 신고 돼 27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A형 구제역으로 확진됨에 따라 경기도는 확산방지를 위해 신고농가 돼지 1059마리와 반경 3km내 사육중인 돼지 5000여 마리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이어 4월 11일 김포시 통진읍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으나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음성 반응으로 판정됐다. 6000여 마리의 살처분이 보여주는 착취와 잔인함의 현장에서, 돼지를 향한 인도적인 처우는 겨우 안락사 전용 약물도 아닌 근육이완제인 ‘석시니콜린’으로 대변되고 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적어도 약 2000년 전 고구려인이 만주지방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돼지를 들여와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렵채취 생활보다 더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는 농업사회는 동물을 매개로 시작된 전염병의 진화와 발생·확산을 촉발시켰다. 농업을 주된 산업으로 여겨왔던 우리나라 역시 돼지를 포함한 가축의 분뇨, 피에 쉽게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떠올린다면 삼국시대에도 전염병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기록된 구제역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소 15마리에서 발병한 것으로, 1934년까지 총 23회 발생했다.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마지막 발병까지 145일간 총 185건, 소·돼지 살처분 347만 마리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당시 민주당 이미경 전 국회의원이 방역과정에서 돼지 약 4천 마리를 산 채로 묻은 사진을 폭로한 후, 우리 사회에서 인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행해졌던 살처분 관행이 비인도적인 동물학대 행위로 읽히기 시작했다.
국내산과 국외산의 문제가 아니다
돈가스 먹으러 가는 줄 알았더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치과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만큼 우리에게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돼지는 돈가스이자, 음식이었다. 아이가 입을 옷이 유기농 면 100프로인지, 내 얼굴에 바를 로션이 유해 화학성분은 아닌지, 오늘자 미세먼지 농도는 몇 ㎍/m³인지, 우리가 살면서 신경 쓸 거리는 구만구천구백구십 가지가 넘지만 애석하게도 바삭한 돈가스 튀김가루 사이에 자리 잡은 돼지 등심의 이력은 메뉴판에 적힌 “국내산”이면 만사오케이다.

돼지의 특정부위를 조리하여 만든 돈가스
국내에서 사육된 돼지든, 국외에서 사육된 돼지든 사육시설과 주변 환경의 차이가 있을 뿐, 식용의 목적으로 태어나 한해살이도 전에 도축되어 우리 식탁에 오른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김포 양돈농장의 경우처럼 구제역이라도 돌게 되면 돼지는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어 그보다 일찍 잔인하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살처분 현장에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돼지를 단순히 식품이나 전염병의 매개체이기 전에 소중한 생명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생명에 크고 작음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뒤로 차치해두고서라도 말이다.
어미돼지와 아기돼지 삼형제
인터넷 서핑 중 우연찮게 돼지 출산 견학에 관한 안내게시물을 보았다. 출산 일자에 맞춰 방문예약을 한 후, ‘신비로운’ 출산 과정을 방문객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출산을 59일 앞두고 있는 필자는 해당 게시물을 접한 후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동물과 인간과의 사이에 경계선을 그은 후, 그 선을 기준으로 동물을 대하는 규제와 법, 윤리적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출산 중인 사람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될 일로 생각하지만, 출산 중인 돼지에게 같은 짓을 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자연스레 치부하고 있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구분 지었을 뿐, 전시용 돼지와 식품용 돼지는 같은 돼지이다.
출산을 앞둔 자연 상태의 암퇘지는 대단히 세심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새끼를 낳아 보살필 최적의 보금자리를 물색한다. 암퇘지는 6km 이상을 이동하며 적합한 출산 장소를 고른 후, 덤불이나 가지를 이용하여 새로 태어날 새끼돼지에게 쾌적할 환경으로 꾸민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태어난 새끼돼지는 스스로 어미의 젖꼭지를 찾고, 서로의 몸을 부비 대며 온기를 나누며 체온을 유지한다. 자연 상태의 출산현장에는 공장식 밀집사육시설의 스톨(분만틀: 폭 60cm 길이 210cm, 바닥은 딱딱한 시멘트나 철제로 이루어짐)은 없다. 마취도 없이 거세가 되거나 꼬리가 잘릴 일도 없다.
양돈농장에서는 돼지고기 소비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웅취(수퇘지의 지방에 안드로스테논 및 스카톨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자 마취 없이 거세를 한다. 또한 사육장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이상행동인 꼬리 물어뜯기를 방지하기 위해 새끼돼지의 꼬리를 미리 자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식용 목적의 상품이 된 새끼돼지는 어미와 떨어져 축사에 쑤셔 넣어진 후 5~6개월 령이 지나면 도축장행 트럭에 오르게 된다. 우리는 왜 지구상 대부분의 돼지들을 먹기 위해서 사육하는 것일까? 인간의 조상들이 동물을 사냥하여 육식을 해 왔기 때문에 돼지를 사육하는 것도 원래 자연스러운 것일까?

2010년 구제역파동 당시 생매장 살처분 당하고 있는 돼지들 출처: 이미경 전 국회의원
돼지는 원래 먹히라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가축화시기를 알고 있는 동물은 모두 B.C 8000년~2500년 경에 가축화되었다고 한다. 이 전에 존재했던 수렵채집인은 매일 구해오는 야생의 식물이나 동물로 살아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 따르면 동물의 가축화란 “인간에게 더 유용한 동물”로 개량하는 과정으로 인간이 번식과 먹이 공급을 통제하는 동물, 즉 감금 상태에서 인간의 용도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번식시켜 야생 조상으로부터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입증된 바에 따르면 돼지는 중국과 서남아시아에서 B.C 8000년 경에 가축화되었다. 돼지 사육이 “원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가축화를 포함한 농업의 출현으로 인해 인간 사회는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오늘날 세계 여러 국가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동물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의 진화와 확산, 그리고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 문제가 현대 문명의 제노사이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사회는 1997년 O-157 파동,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었으며 잊을 만하면 발병하는 AI, 구제역을 경험하는 중이다. 가축을 길들이고 농업이 생활양식이 되면서 인간의 문명이 점차 발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동물 착취와 잔임함의 역사에서 점점 동물에 대한 폭력이 우리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 결과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동물에 대한 폭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돼지를 사육하고 잡아먹는 것이 “원래 그런 게” 아니라는 움직임 말이다.
돼지를 먹을 권리
우리는 돼지를 생명이 아닌 식품으로만 대하면서 얻게 된, 인간 문명이 낳은 역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현재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는 문제, 즉 구제역 발생과 같은 상황을 타파해 나가기위해 살아있는 생명에게 조금의 인간성을 베풀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전적 형태가 나타난 후, 약 700만년이라는 오랜 역사 동안 인간과 동물 사이에 존재했던 기준선은 끊임없이 바뀌었으며, 현대에 와선 동물에 대한 인도주의적 성찰로 확장되었다. 돼지를 생명 자체로 대하는 우리의 생각이 채식이라는 윤리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육식과 채식은 다양한 사회 문화와 현상 속에서 나타나는 것들이기에 혹자에게는 동물권 논증으로만 설득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희망적인 미래가 존재하길 바란다면 우리가 오랜 시간 동물에게 가했던 폭력을 헤아려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본성을 거스른 채 돼지를 잔인하게 사육하고 그들의 죽음 앞에 직면한 고통을 모른 채 할 수 있는 우리 인간만의 특별한 권리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스톨에 갇혀 사육당하고 있는 모돈의 모습 출처: Mercy For Anima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