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연결된 몸들로
새로운 복날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
2025. 08. 27
매년 초복, 동물해방물결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복날추모행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2024년 드디어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됐지만, 3년간의 유예 기간 중인 지금 안타깝게도 끝내 지켜내지 못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복날. 동물해방물결은 복날추모행동이 아닌 예술 의례 <2025 복날 추모제: 그 몸, 나의 몸>을 펼쳤습니다. 복날 추모제에 앞서 우리는 7월 한 달간, 구해내지 못한 생명들을 기리며 배움과 토론, 예술과 의례가 어우러진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상실과 무력감 앞에 사랑과 환대로 응답했던 30일 간의 여정. 그 모든 순간을 주제별로 묶어 한데 모아봤습니다.
식용개부터 꽃풀소까지,
나의 몸과 얽혀 존재하는 몸들을 떠올려보니
지난 7월 1일, 첫 번째 사전 워크숍이 풀무질에서 열렸습니다. 1회차는 <다종(多種)의 얽힘과 돌봄공동체>로,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이 이끄미로 함께 했습니다. ‘개 식용 종식’이라는 실천적 전환의 역사를 다종의 얽힘, 정의, 돌봄의 렌즈로 톺아보았는데요. 개의 살을 먹는 행위를 금지해 온 긴 역사를 관계성의 변화, 정상성 해체의 관점으로 살펴본 후, 우리와 연결되어 존재하고 살아가는 몸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인간과 다른 관계를 지향하는 공동체들의 이야기, 동물해방물결이 만들어온 변화, 그리고 현재 시도 중인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생태법인’ 입법 운동까지. 돌봄과 정의의 디딤돌을 놓는 여러 실천들을 나누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참여자들도 많은 질문을 해주었는데요. 이날의 모든 이야기와 질문은 곧 동물해방과 지구살림 다종 돌봄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커다란 과정이었어요.


배움과 토론, 예술을 통해
몸과 생명의 연결성, 감각을 깨우는 시간들
7월 4일, 2회차 <감각과 움직임>은 움직임 탐구자 정진우 님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몸에 다 있구나. 그러니까 내 몸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구나’ 하는 믿음을 나누고자 하는 진정성이 참여자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몸이 가진 지성을 믿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이는 충동에 맡겨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부끄러움, 걱정, 흥미로움, 분노, 무서움, 아쉬움, 안타까움, 재미, 안전함 등 다양한 정서부터 몸이 기억하는 장면들과 수많은 몸이 있는 다른 존재들까지 우리의 감각이 서로 얽혀 살아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월 7일, 3회차 <사랑의 몸>에서는 살림이스트 현경 님과 함께 가슴과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이며, 위대함이 아닌 정직을 좇아온 삶의 궤적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종교의 어원인 라틴어 “렐리기오(religio)”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워크숍. “다시 잇다, 연결하다”라는 의미를 담아 워크숍으로 만난 이 순간도, 우리의 삶에서도 깨지고 부서진 것들을 다시 연결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성(Holy)과 성(Sex)이 분리된 것이 아님을, 칠월칠석의 의례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정의와 에로스가 조화롭게 흐르길 바라는 기도도 해주었고요. 에로스의 힘이 특히나 필요한 이 시대, 폭력의 시작인 타자화의 위험성, 포유류인 우리에게 필요한 공생에 대한 삶의 경험을 나눠주었습니다.


하얀 종이와 천, 사물을 통해
애도와 연결을 표현하는 시간들
7월 13일, 5회차 <애도와 사물>은 김은정 복날 추모제 예술감독이 이끌어 주었습니다. ‘물건’으로서의 사물을 넘어 본질적인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사물이 인간의 실존적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사물을 통해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진행됐어요.
언어가 아닌 접촉으로 만나는 인사를 시작으로, 낯선 만남 속에서 상대를 타자화하는 대신 존중하는 감각을 깨워보았습니다. 습자지라는 사물을 매개로 애도의 감각과 깊이 연결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각자 내면의 깊은 위로를 만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애도를 나누며, 살아있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요.


7월 18일, 6회차 <장단에 살을>은 이세승 복날 추모제 ‘백의 춤’ 안무가와 함께했습니다. 한국 전통 장단과 몸짓을 쉽고 편안하게 경험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한국 전통 춤 선의 특징 중 하나인 곡선을 활용해 단순한 동작을 넘어, 스스로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기도 했습니다. 한국 전통 장단을 손뼉으로 익히며, 장단이 지닌 생명력과 호흡을 체득해 보기도 했고요.
특히 기-경-결-해(起-經-結-解)의 몸짓 경험과 살풀이 천과 함께한 춤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국 전통 예술의 구성 원리인 기-경-결-해는 시작, 전개, 절정, 해소의 흐름을 뜻하며, 흰 천은 망자의 넋을 상징하는 동시에 맺힌 한을 풀어내는 도구입니다. 천을 휘두르고 감싸는 움직임 속에서 억압된 감정들이 해소되고, 텅 빈 곳에 새로운 희망이 채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언어와 흙의 에너지로
서로를 환대하는 시간들
7월 11일, 4회차 <몸과 공감 언어>는 엄태인 모드나움 대표가 이끄미로, “~을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성의 언어를 “~한 삶을 원해”라는 공감의 언어로 시선을 옮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인간 동물 덕분에 함께 채운 삶의 에너지와 이 세상에 들리길 바라는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사랑, 연결, 평화, 상호성, 돌봄, 배움, 애도. 각자의 아름다운 욕구(needs)를 우리의 일상과 연결 지어 보았어요.
워크숍에 깊이 공감한 한 참여자의 소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 말과 그 속의 마음들을 사랑으로 해석해 껴안고 전해 주셔서 많이 안심되고, 기쁘고, 슬프고, 따스했어요. 워크숍에서 우리는 미움 대신 사랑을, 오해 대신 이해를 향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놀라울 만큼 동그랗고 연약하면서 따뜻하지만, 강인한 분들이 모였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7월 20일, 7회차 <흙으로 짓는 몸>은 양평의 ‘푸른공간’에서 진행됐습니다. 살아있는 미생물이 가득한 점토를 각자의 방식으로 빚으며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복을 맞아 채수와 노루궁뎅이버섯으로 끓인 보양식도 함께 나누었어요.
이날 복날 추모제 미술작업에 함께하는 분들과 나눈 이야기 한 토막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 ‘옳음’이 있으면 ‘그름’이 생겨요. 그럼 ‘미움’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게 되지요.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 운동을 하면, 운동하는 세상에 살게 되고. 사랑하는 삶을 살면 사랑하는 세상이 된답니다.”

나는 안 되는데, 우리는 된다.
‘우리’로 맞춰지는 경험의 시간
2025 복날 추모제를 향한 10회의 사전 워크숍. 복날 추모 의례를 집전해주시는 당골 박필수 님의 해남 전통 굿 배움 워크숍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 시대를 위한 신화인 듯하다며, <바리데기 신화>를 깊이 있게 다루며 신화를 판소리로 구현한 구절을 함께 불러보았는데요. “정답은 없으니, 입 모양을 따라 들리는 대로 부르면 된다”라는 한 마디에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나는 안 되는데, 우리는 된다. 나는 모르는데, 우리는 가능하다. 나는 틀릴 것이고, 우리는 맞을 것이다. 우리가 맞춰지는 경험으로 믿음이 생겼습니다.
박필수 님은 “무당은 세상을 보살피고 그 보살핌이 다시 내게로 와 평온해지는 것. 그것을 알면 모두 무당”이라며, 우리의 걸음이 미미해 보이지만, 아니라고,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우주의 시간은 금방 끝나지 않는다며 모두를 다독였습니다. 몇몇 참여자들은 눈물로, 포옹으로 공명하기도 했습니다.


굿의 세계관에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이 없습니다. 박필수 님은 우리 모두 개가 될 준비, 풀이 될 준비, 뭇 생명들과 같이 살아갈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며, 더불어 잘잘못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저 아픈 기억들로 상처 입혀지면 영혼이 무거워지고 온전하지 못하니,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게, 자유로워져서 날아갈 수 있게 넋을 기리는 것이라고요.
우리가 함께할 추모 의례는,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애도를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기를 바랐습니다. 추모를 넘어 우주와 생명의 시간에 자신을 내맡기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워크숍을 마쳤습니다.
지난 7월 30일 중복, 서울시청 앞 광장은 생명을 위한 몸짓으로 가득 찼습니다. 서 있기만 해도 힘겨운 무더위였지만 광장에 모인 ‘우리’는 모두 함께 복날에 희생된 개들과 모든 동물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몸을 움직였습니다. 👉 <2025 복날 추모제: 그 몸, 나의 몸> 후기 보러가기
이날의 연대와 움직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더 큰 해방과 살림의 물결로 번져가길 바랍니다. <2025 복날 추모제: 그 몸, 나의 몸>에 함께 해주신 1백 명 시민, 예술가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 연결된 몸들로
새로운 복날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
2025. 08. 27
매년 초복, 동물해방물결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복날추모행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2024년 드디어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됐지만, 3년간의 유예 기간 중인 지금 안타깝게도 끝내 지켜내지 못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복날. 동물해방물결은 복날추모행동이 아닌 예술 의례 <2025 복날 추모제: 그 몸, 나의 몸>을 펼쳤습니다. 복날 추모제에 앞서 우리는 7월 한 달간, 구해내지 못한 생명들을 기리며 배움과 토론, 예술과 의례가 어우러진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상실과 무력감 앞에 사랑과 환대로 응답했던 30일 간의 여정. 그 모든 순간을 주제별로 묶어 한데 모아봤습니다.
식용개부터 꽃풀소까지,
나의 몸과 얽혀 존재하는 몸들을 떠올려보니
지난 7월 1일, 첫 번째 사전 워크숍이 풀무질에서 열렸습니다. 1회차는 <다종(多種)의 얽힘과 돌봄공동체>로,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이 이끄미로 함께 했습니다. ‘개 식용 종식’이라는 실천적 전환의 역사를 다종의 얽힘, 정의, 돌봄의 렌즈로 톺아보았는데요. 개의 살을 먹는 행위를 금지해 온 긴 역사를 관계성의 변화, 정상성 해체의 관점으로 살펴본 후, 우리와 연결되어 존재하고 살아가는 몸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인간과 다른 관계를 지향하는 공동체들의 이야기, 동물해방물결이 만들어온 변화, 그리고 현재 시도 중인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생태법인’ 입법 운동까지. 돌봄과 정의의 디딤돌을 놓는 여러 실천들을 나누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참여자들도 많은 질문을 해주었는데요. 이날의 모든 이야기와 질문은 곧 동물해방과 지구살림 다종 돌봄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커다란 과정이었어요.


배움과 토론, 예술을 통해
몸과 생명의 연결성, 감각을 깨우는 시간들
7월 4일, 2회차 <감각과 움직임>은 움직임 탐구자 정진우 님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몸에 다 있구나. 그러니까 내 몸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구나’ 하는 믿음을 나누고자 하는 진정성이 참여자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몸이 가진 지성을 믿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이는 충동에 맡겨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부끄러움, 걱정, 흥미로움, 분노, 무서움, 아쉬움, 안타까움, 재미, 안전함 등 다양한 정서부터 몸이 기억하는 장면들과 수많은 몸이 있는 다른 존재들까지 우리의 감각이 서로 얽혀 살아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월 7일, 3회차 <사랑의 몸>에서는 살림이스트 현경 님과 함께 가슴과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이며, 위대함이 아닌 정직을 좇아온 삶의 궤적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종교의 어원인 라틴어 “렐리기오(religio)”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워크숍. “다시 잇다, 연결하다”라는 의미를 담아 워크숍으로 만난 이 순간도, 우리의 삶에서도 깨지고 부서진 것들을 다시 연결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성(Holy)과 성(Sex)이 분리된 것이 아님을, 칠월칠석의 의례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정의와 에로스가 조화롭게 흐르길 바라는 기도도 해주었고요. 에로스의 힘이 특히나 필요한 이 시대, 폭력의 시작인 타자화의 위험성, 포유류인 우리에게 필요한 공생에 대한 삶의 경험을 나눠주었습니다.


하얀 종이와 천, 사물을 통해
애도와 연결을 표현하는 시간들
7월 13일, 5회차 <애도와 사물>은 김은정 복날 추모제 예술감독이 이끌어 주었습니다. ‘물건’으로서의 사물을 넘어 본질적인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사물이 인간의 실존적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사물을 통해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진행됐어요.
언어가 아닌 접촉으로 만나는 인사를 시작으로, 낯선 만남 속에서 상대를 타자화하는 대신 존중하는 감각을 깨워보았습니다. 습자지라는 사물을 매개로 애도의 감각과 깊이 연결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각자 내면의 깊은 위로를 만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애도를 나누며, 살아있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요.


7월 18일, 6회차 <장단에 살을>은 이세승 복날 추모제 ‘백의 춤’ 안무가와 함께했습니다. 한국 전통 장단과 몸짓을 쉽고 편안하게 경험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한국 전통 춤 선의 특징 중 하나인 곡선을 활용해 단순한 동작을 넘어, 스스로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기도 했습니다. 한국 전통 장단을 손뼉으로 익히며, 장단이 지닌 생명력과 호흡을 체득해 보기도 했고요.
특히 기-경-결-해(起-經-結-解)의 몸짓 경험과 살풀이 천과 함께한 춤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국 전통 예술의 구성 원리인 기-경-결-해는 시작, 전개, 절정, 해소의 흐름을 뜻하며, 흰 천은 망자의 넋을 상징하는 동시에 맺힌 한을 풀어내는 도구입니다. 천을 휘두르고 감싸는 움직임 속에서 억압된 감정들이 해소되고, 텅 빈 곳에 새로운 희망이 채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언어와 흙의 에너지로
서로를 환대하는 시간들
7월 11일, 4회차 <몸과 공감 언어>는 엄태인 모드나움 대표가 이끄미로, “~을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성의 언어를 “~한 삶을 원해”라는 공감의 언어로 시선을 옮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인간 동물 덕분에 함께 채운 삶의 에너지와 이 세상에 들리길 바라는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사랑, 연결, 평화, 상호성, 돌봄, 배움, 애도. 각자의 아름다운 욕구(needs)를 우리의 일상과 연결 지어 보았어요.
워크숍에 깊이 공감한 한 참여자의 소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 말과 그 속의 마음들을 사랑으로 해석해 껴안고 전해 주셔서 많이 안심되고, 기쁘고, 슬프고, 따스했어요. 워크숍에서 우리는 미움 대신 사랑을, 오해 대신 이해를 향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놀라울 만큼 동그랗고 연약하면서 따뜻하지만, 강인한 분들이 모였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7월 20일, 7회차 <흙으로 짓는 몸>은 양평의 ‘푸른공간’에서 진행됐습니다. 살아있는 미생물이 가득한 점토를 각자의 방식으로 빚으며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복을 맞아 채수와 노루궁뎅이버섯으로 끓인 보양식도 함께 나누었어요.
이날 복날 추모제 미술작업에 함께하는 분들과 나눈 이야기 한 토막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 ‘옳음’이 있으면 ‘그름’이 생겨요. 그럼 ‘미움’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게 되지요.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 운동을 하면, 운동하는 세상에 살게 되고. 사랑하는 삶을 살면 사랑하는 세상이 된답니다.”

나는 안 되는데, 우리는 된다.
‘우리’로 맞춰지는 경험의 시간
2025 복날 추모제를 향한 10회의 사전 워크숍. 복날 추모 의례를 집전해주시는 당골 박필수 님의 해남 전통 굿 배움 워크숍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 시대를 위한 신화인 듯하다며, <바리데기 신화>를 깊이 있게 다루며 신화를 판소리로 구현한 구절을 함께 불러보았는데요. “정답은 없으니, 입 모양을 따라 들리는 대로 부르면 된다”라는 한 마디에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나는 안 되는데, 우리는 된다. 나는 모르는데, 우리는 가능하다. 나는 틀릴 것이고, 우리는 맞을 것이다. 우리가 맞춰지는 경험으로 믿음이 생겼습니다.
박필수 님은 “무당은 세상을 보살피고 그 보살핌이 다시 내게로 와 평온해지는 것. 그것을 알면 모두 무당”이라며, 우리의 걸음이 미미해 보이지만, 아니라고,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우주의 시간은 금방 끝나지 않는다며 모두를 다독였습니다. 몇몇 참여자들은 눈물로, 포옹으로 공명하기도 했습니다.


굿의 세계관에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이 없습니다. 박필수 님은 우리 모두 개가 될 준비, 풀이 될 준비, 뭇 생명들과 같이 살아갈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며, 더불어 잘잘못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저 아픈 기억들로 상처 입혀지면 영혼이 무거워지고 온전하지 못하니,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게, 자유로워져서 날아갈 수 있게 넋을 기리는 것이라고요.
우리가 함께할 추모 의례는,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애도를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기를 바랐습니다. 추모를 넘어 우주와 생명의 시간에 자신을 내맡기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워크숍을 마쳤습니다.
지난 7월 30일 중복, 서울시청 앞 광장은 생명을 위한 몸짓으로 가득 찼습니다. 서 있기만 해도 힘겨운 무더위였지만 광장에 모인 ‘우리’는 모두 함께 복날에 희생된 개들과 모든 동물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몸을 움직였습니다. 👉 <2025 복날 추모제: 그 몸, 나의 몸> 후기 보러가기
이날의 연대와 움직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더 큰 해방과 살림의 물결로 번져가길 바랍니다. <2025 복날 추모제: 그 몸, 나의 몸>에 함께 해주신 1백 명 시민, 예술가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