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잃어버린 몸의
언어를 익히다
2025. 08. 22
지난 6월 26일, 소싸움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행동을 앞두고 우리는 두 차례의 워크숍을 수행했습니다. 눈물과 정화, 애통함과 흥겨움이 교차했던 워크숍 후기를 나눠볼게요.

첫째 날은 ‘소의 울음’에서 착안해 ‘울음’이라는 키워드로 서로의 감각을 여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발견한 소리는 옆 사람과 연결되고, 곧 여럿의 울림으로 이어졌습니다. 소의 울음이 인간의 울음과 닿아 있으리라는 상상은 리듬 없는 리듬으로 퍼져 나가며, 강한 생명력과 조화로움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둘째 날은 경기도 양평 ‘푸른공간’에서 진행했습니다. 시민행동에서 탈춤으로 재현되었던 소싸움 장면을 준비하기에 앞서 먼저 ‘소의 몸’을 체험해보고자 했습니다. 첫날보다 조금 덜 어색해진 자기소개와 빛깔 좋은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자연스레 마음도 풀어졌지요.
워크숍은 진수님의 이끔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춤은 본래 땅을 밟는 것이에요” 탈춤의 유래와 ‘덩덕 덩더쿵’ 하는 기본 장단, 손짓과 발짓, 고갯짓을 하나하나의 뜻을 익히며 조심히 몸을 움직였습니다. 발이 뿌리처럼 땅속으로 내려가 지구와 연결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 춤의 어원인 ‘출렁이면서 움트는 기운’이라는 말처럼, 꿀렁꿀렁한 움직임 안에서 공존하는 생명의 탄성과 저항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양의 가면이 ‘숨기고 싶은 이미지’ 혹은 ‘보이고 싶은 이미지’를 상징한다면, 동양의 탈은 정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탈은 당시 민중의 몸속 깊이 박힌 분노나 슬픔, 사회의 부조리를 끌어올려 밖으로 드러내고 분출하는 저항의 도구였다지요. 탈의 코와 입이 비뚤어지거나 ‘혹’, ‘고름’이 그 부정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탈춤은 ‘탈굿’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무언가를 연기하고, 흘려보내고, 마침내 태우는 의식처럼요.


탈춤 강습이 끝난 뒤, 우리는 흙을 만졌습니다. 손에 흙을 쥐고, ‘소의 몸’ 중 한 부위를 빚어보았어요. 어떤 이는 소의 선한 눈을, 어떤 이는 코뚜레에 걸린 소의 코를, 어떤 이는 자신의 손을 핥던 소의 혀를 정성스레 만들었습니다. 흙을 만지며 우리는 소의 감정을 이야기했고, 그것은 어느새 우리의 감정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이와 토마토가 가득한 콩국수와 십시일반한 반찬으로 배까지 든든하게 워크숍을 마무리했답니다.

동물해방물결은 앞으로도 소의 편에서, 소의 울음과 몸짓을 기억하며, 말 없는 말들을 춤추겠습니다.

소와 함께
잃어버린 몸의
언어를 익히다
2025. 08. 22
지난 6월 26일, 소싸움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행동을 앞두고 우리는 두 차례의 워크숍을 수행했습니다. 눈물과 정화, 애통함과 흥겨움이 교차했던 워크숍 후기를 나눠볼게요.

첫째 날은 ‘소의 울음’에서 착안해 ‘울음’이라는 키워드로 서로의 감각을 여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발견한 소리는 옆 사람과 연결되고, 곧 여럿의 울림으로 이어졌습니다. 소의 울음이 인간의 울음과 닿아 있으리라는 상상은 리듬 없는 리듬으로 퍼져 나가며, 강한 생명력과 조화로움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둘째 날은 경기도 양평 ‘푸른공간’에서 진행했습니다. 시민행동에서 탈춤으로 재현되었던 소싸움 장면을 준비하기에 앞서 먼저 ‘소의 몸’을 체험해보고자 했습니다. 첫날보다 조금 덜 어색해진 자기소개와 빛깔 좋은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자연스레 마음도 풀어졌지요.
워크숍은 진수님의 이끔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춤은 본래 땅을 밟는 것이에요” 탈춤의 유래와 ‘덩덕 덩더쿵’ 하는 기본 장단, 손짓과 발짓, 고갯짓을 하나하나의 뜻을 익히며 조심히 몸을 움직였습니다. 발이 뿌리처럼 땅속으로 내려가 지구와 연결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 춤의 어원인 ‘출렁이면서 움트는 기운’이라는 말처럼, 꿀렁꿀렁한 움직임 안에서 공존하는 생명의 탄성과 저항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양의 가면이 ‘숨기고 싶은 이미지’ 혹은 ‘보이고 싶은 이미지’를 상징한다면, 동양의 탈은 정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탈은 당시 민중의 몸속 깊이 박힌 분노나 슬픔, 사회의 부조리를 끌어올려 밖으로 드러내고 분출하는 저항의 도구였다지요. 탈의 코와 입이 비뚤어지거나 ‘혹’, ‘고름’이 그 부정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탈춤은 ‘탈굿’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무언가를 연기하고, 흘려보내고, 마침내 태우는 의식처럼요.


탈춤 강습이 끝난 뒤, 우리는 흙을 만졌습니다. 손에 흙을 쥐고, ‘소의 몸’ 중 한 부위를 빚어보았어요. 어떤 이는 소의 선한 눈을, 어떤 이는 코뚜레에 걸린 소의 코를, 어떤 이는 자신의 손을 핥던 소의 혀를 정성스레 만들었습니다. 흙을 만지며 우리는 소의 감정을 이야기했고, 그것은 어느새 우리의 감정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이와 토마토가 가득한 콩국수와 십시일반한 반찬으로 배까지 든든하게 워크숍을 마무리했답니다.

동물해방물결은 앞으로도 소의 편에서, 소의 울음과 몸짓을 기억하며, 말 없는 말들을 춤추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