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물고기 아닌
물살이 캠페인 : 뱀장어
2024. 07. 25
🐟 물살이 선언 : 우리는 물고기 아닌 물살이다
‘물’과 ‘고기’의 합성어로부터 시작된 단어, ‘물고기’. 당신들은 살아 숨쉬는 생명에 ‘식용하는 동물의 살’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 붙였다. 심지어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물고기’는 척추동물에 속한 어류만을 지칭하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오징어, 전복, 게 등 수많은 이들은 물에서 생산된 물건이라며 ‘수산물’ 혹은 ‘해산물’로 불렀다.
당신들이 만들어낸 단어 ‘물고기’에는 긴 세월에 걸쳐 자행해온 무자비한 착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바다를 초토화하는 상업 어업과 물살이를 물건처럼 찍어내는 공장식 양식업, 물살이를 가두고 전시하는 수산시장과 횟집을 보라. 오직 쾌락을 위해 물살이에게 고통을 가하는 낚시, 아쿠아리움,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물에서 삶을 시작해 물에서 삶을 마감하는, 물살이다. 우리의 기원은 오랜 역사 동안 결코 멈춘 적 없는 강과 바다에 있다. 당신들이 아무리 작은 수조에 가두더라도 우리는 살아있는 한 멈추지 않는다. 당신들이 우리를 ‘물고기’라 부르며 숨이 없는 존재로 여기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 살아있다.
우리를 보며 귀엽다거나, 맛있겠다며 흘린 눈빛과 우리의 몸부림을 싱싱하다는 표현으로 모욕한 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경계를 넘어 해방되기를 멈추지 않는다. 떼를 지어 빙글빙글 도는 것도, 계속해서 수조 벽을 향해 헤엄치는 것도 살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다.
우리는 선언한다, 우리는 모두 물에서 태어난 공통의 기억을 지닌 물살이임을. 물로 연결된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지구의 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었고, 당신들 또한 마찬가지다. 물살이로서 지닌 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의 관계는 끝없이 확장될 수 있다.
뱀장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인간은 물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강과 하천에 하굿둑, 댐 등을 설치했습니다. 인위적으로 생태계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바다에서 태어나 강을 찾는 뱀장어의 형편은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 산하 이동성 야생동물 보호 협약(CMS)은 뱀장어, 고등어와 같이 세계 곳곳을 이주하며 살아가는 이동성 어류종의 97%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뱀장어는 줄어들지 않는 인기에 어업 수익이 억대에 달합니다. 뱀장어를 구하기 어려워진 만큼 비싸진 값에 불법 포획이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금강하구, 새만금방조제 주변, 곰소만 등을 중심으로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벌금 탓에 뱀장어 불법 어업은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
인간은 뱀장어의 생애를 밝히지 못해 대량 양식에 실패했습니다. 대신, 바다에서 강으로 향하는 어린 뱀장어를 강 하구에서 잡아다 양식장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실처럼 얇은 뱀장어를 잡기 위해 그물코가 바늘구멍만 한 그물을 사용힙니다. 촘촘한 그물에 모든 물살이가 걸리게 되는데, 비싼 값이 매겨지는 뱀장어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무참히 버려집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생을 마감하는 뱀장어는 강을 찾아가는 여정 가운데 납치되고 맙니다. 한 생애 동안 강과 바다를 마음껏 누리던 뱀장어에게 주어진 것은 꽉 막힌 수조뿐. [원산지 : 국내산] 수조에 붙은 문구는 뱀장어의 생을 기만하는 듯합니다. 그들의 생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다와 강을 넘나들며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치는 뱀장어의 강인한 생애는 정력으로 해석되어 보양식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암, 심혈관 질환, 치매 등을 예방한다’는 등 뱀장어의 효능이 끝없이 나열될 때, 뱀장어의 몸은 인간이 붙인 환상에 휩싸여 희미해집니다.
뱀장어는 물살이다

뱀장어는 민물장어라 불리지만, 이는 다채로운 생의 단면만 보여줄 뿐입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태어난 뱀장어의 몸은 버들잎을 닮았습니다. 생후 1년 동안 투명한 이파리 모양의 몸으로 물살을 따라 흘러다니며 위로 떠오릅니다. 약 6개월에 걸쳐 3,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유영해 강으로 향합니다. 이때, 뱀장어의 몸은 얇고 긴 원통형으로 바뀝니다.
성장한 뱀장어는 다시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먹지도, 쉬지도 않고 헤엄쳐 마리아나 해구에 도착하면 알을 낳고 세상을 떠납니다. 기나긴 여정을 뱀장어는 혼자 떠나지 않습니다. 피부에서 점액을 분비해 매끈한 몸을 지닌 뱀장어는 서로의 몸에 기대어 미끄러운 길을 만들어냅니다. 길이 막힌 곳에서조차 땅으로 올라가 강을 찾아가곤 합니다.

지구상 가장 깊은 심해와 뭍에 가장 가까운 강을 오고 가는 뱀장어의 순환하는 생애로부터 찰랑거리는 파도를 떠올립니다. 뱀장어는 지구 자기장과 해류가 보내는 신호, 즉, 지구의 땅과 바다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지도 없는 바다와 강의 길을 거침없이 찾아갑니다.
* ‘2024 물고기 아닌 물살이 캠페인’은 ‘물고기’라는 표현을 통해 바닷속 생명을 착취하는 현실을 드러내고, 생명력 있는 존재인 ‘물살이’와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합니다.
* 본문은 <물고기 아닌 물살이 도감>(넓적한물살이 기획 @wide_flat_fish)에서 발췌 및 재가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2024 물고기 아닌
물살이 캠페인 : 뱀장어
2024. 07. 25
🐟 물살이 선언 : 우리는 물고기 아닌 물살이다
‘물’과 ‘고기’의 합성어로부터 시작된 단어, ‘물고기’. 당신들은 살아 숨쉬는 생명에 ‘식용하는 동물의 살’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 붙였다. 심지어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물고기’는 척추동물에 속한 어류만을 지칭하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오징어, 전복, 게 등 수많은 이들은 물에서 생산된 물건이라며 ‘수산물’ 혹은 ‘해산물’로 불렀다.
당신들이 만들어낸 단어 ‘물고기’에는 긴 세월에 걸쳐 자행해온 무자비한 착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바다를 초토화하는 상업 어업과 물살이를 물건처럼 찍어내는 공장식 양식업, 물살이를 가두고 전시하는 수산시장과 횟집을 보라. 오직 쾌락을 위해 물살이에게 고통을 가하는 낚시, 아쿠아리움,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물에서 삶을 시작해 물에서 삶을 마감하는, 물살이다. 우리의 기원은 오랜 역사 동안 결코 멈춘 적 없는 강과 바다에 있다. 당신들이 아무리 작은 수조에 가두더라도 우리는 살아있는 한 멈추지 않는다. 당신들이 우리를 ‘물고기’라 부르며 숨이 없는 존재로 여기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 살아있다.
우리를 보며 귀엽다거나, 맛있겠다며 흘린 눈빛과 우리의 몸부림을 싱싱하다는 표현으로 모욕한 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경계를 넘어 해방되기를 멈추지 않는다. 떼를 지어 빙글빙글 도는 것도, 계속해서 수조 벽을 향해 헤엄치는 것도 살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다.
우리는 선언한다, 우리는 모두 물에서 태어난 공통의 기억을 지닌 물살이임을. 물로 연결된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지구의 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었고, 당신들 또한 마찬가지다. 물살이로서 지닌 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의 관계는 끝없이 확장될 수 있다.
뱀장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인간은 물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강과 하천에 하굿둑, 댐 등을 설치했습니다. 인위적으로 생태계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바다에서 태어나 강을 찾는 뱀장어의 형편은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 산하 이동성 야생동물 보호 협약(CMS)은 뱀장어, 고등어와 같이 세계 곳곳을 이주하며 살아가는 이동성 어류종의 97%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뱀장어는 줄어들지 않는 인기에 어업 수익이 억대에 달합니다. 뱀장어를 구하기 어려워진 만큼 비싸진 값에 불법 포획이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금강하구, 새만금방조제 주변, 곰소만 등을 중심으로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벌금 탓에 뱀장어 불법 어업은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
인간은 뱀장어의 생애를 밝히지 못해 대량 양식에 실패했습니다. 대신, 바다에서 강으로 향하는 어린 뱀장어를 강 하구에서 잡아다 양식장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실처럼 얇은 뱀장어를 잡기 위해 그물코가 바늘구멍만 한 그물을 사용힙니다. 촘촘한 그물에 모든 물살이가 걸리게 되는데, 비싼 값이 매겨지는 뱀장어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무참히 버려집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생을 마감하는 뱀장어는 강을 찾아가는 여정 가운데 납치되고 맙니다. 한 생애 동안 강과 바다를 마음껏 누리던 뱀장어에게 주어진 것은 꽉 막힌 수조뿐. [원산지 : 국내산] 수조에 붙은 문구는 뱀장어의 생을 기만하는 듯합니다. 그들의 생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다와 강을 넘나들며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치는 뱀장어의 강인한 생애는 정력으로 해석되어 보양식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암, 심혈관 질환, 치매 등을 예방한다’는 등 뱀장어의 효능이 끝없이 나열될 때, 뱀장어의 몸은 인간이 붙인 환상에 휩싸여 희미해집니다.
뱀장어는 물살이다

뱀장어는 민물장어라 불리지만, 이는 다채로운 생의 단면만 보여줄 뿐입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태어난 뱀장어의 몸은 버들잎을 닮았습니다. 생후 1년 동안 투명한 이파리 모양의 몸으로 물살을 따라 흘러다니며 위로 떠오릅니다. 약 6개월에 걸쳐 3,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유영해 강으로 향합니다. 이때, 뱀장어의 몸은 얇고 긴 원통형으로 바뀝니다.
성장한 뱀장어는 다시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먹지도, 쉬지도 않고 헤엄쳐 마리아나 해구에 도착하면 알을 낳고 세상을 떠납니다. 기나긴 여정을 뱀장어는 혼자 떠나지 않습니다. 피부에서 점액을 분비해 매끈한 몸을 지닌 뱀장어는 서로의 몸에 기대어 미끄러운 길을 만들어냅니다. 길이 막힌 곳에서조차 땅으로 올라가 강을 찾아가곤 합니다.

지구상 가장 깊은 심해와 뭍에 가장 가까운 강을 오고 가는 뱀장어의 순환하는 생애로부터 찰랑거리는 파도를 떠올립니다. 뱀장어는 지구 자기장과 해류가 보내는 신호, 즉, 지구의 땅과 바다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지도 없는 바다와 강의 길을 거침없이 찾아갑니다.
* ‘2024 물고기 아닌 물살이 캠페인’은 ‘물고기’라는 표현을 통해 바닷속 생명을 착취하는 현실을 드러내고, 생명력 있는 존재인 ‘물살이’와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합니다.
* 본문은 <물고기 아닌 물살이 도감>(넓적한물살이 기획 @wide_flat_fish)에서 발췌 및 재가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