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복판에 나타난
대형 육지거북,
국립생태원 이송!
장희지 캠페이너 2022. 07. 29
지난 6월, 온라인 비건 커뮤니티 ‘비건클럽’ 게시판에 홍대 상수역 근처 길거리에 대형 거북이 인도를 활보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보자가 목격한 거북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2급에 속한 ‘설가타 육지거북’이었는데요. 이들은 도대체 왜 딱딱한 보도블록 위를 배회하고 있었던 걸까요? 동물해방물결이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제보글과 함께 올라온 보도블록 위를 배회하는 설가타 육지거북의 사진.
산책하는 반려 거북?
알고보니 ‘불법 사육’이었던
국제적 멸종위기종
동물해방물결은 제보글을 통해 해당 거북이 유기된 것은 아닌지 사실 여부 파악에 나섰습니다. 혹시 또다른 목격담은 없는지 SNS 등을 통해 수소문 하던 중 홍대 상수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설가타 육지거북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후 현장 답사 결과, 식당 사장님이 지인에게 양도받은 설가타 육지거북 2명을 식당 한편에서 사육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 사장님은 거북들이 길 한복판에 나와 있었던 이유가 광합성을 위한 산책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거북들이 돌아다니던 길은 사람과 자전거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였고, 바로 옆은 차와 오토바이가 이동하는 도로였습니다.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는 안전펜스도 없어 거북들에게 위협적인 환경이었죠.

현행법 상 국제적 멸종위기종 2급에 속하는 동물을 개인이 사육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육 시설을 갖춰 환경 당국에 필히 등록해야 합니다. 사육 시설 등록을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또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양수하거나, 양도 받을 때에도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사육 중인 거북들은 사육 시설 등록은 물론 양수·양도 신고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식당 사장님은 해당 거북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속하는지, 신고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설가타 육지거북을 불법 사육하고 있던 것이었죠.
부적합한 사육 환경...
대형 육지거북의 행방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설가타 육지거북의 생태적 습성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부분도 갖춰져 있지 않은 열악한 사육 환경이었습니다. 사육 시설 등록 시 지켜야 할 법적 기준과 온도, 습도 조절 시설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행동 풍부화 시설조차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식당 입구 한편에 비좁게 마련된 거북이들의 사육 공간.
설가타 육지거북의 사육 환경을 확인한 동물해방물결은 즉시 한경환경유역청에 해당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불법 사육 중인 해당 거북들을 국립생태원이 운영 중인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로 이송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한강환경유역청의 협조로 식당 사장님의 사육 포기를 설득해 설가타 육지거북들을 국립생태원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립생태원이란?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생태 조사·연구, 생태계 복원 및 기술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 작년 7월, 밀수 적발로 몰수되거나 불법 사육 중 버려진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CITES)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 보호시설이 건립돼 운영 중이다.
“밤이랑 잣이라고 불러주세요”
평화를 찾은 설가타 육지거북
약 2주 뒤, 동물해방물결은 국립생태원의 협조를 받아 충남 서천에 위치한 보호시설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설가타 육지거북 2명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검역 절차를 마치고 이송된 거북들은 다행히 아픈 곳 없이 모두 건강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또한 각 여성과 남성 거북으로 밤(13세)과 잣(25세)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생겼다고 해요!
밤이와 잣은 설가타 육지거북이 좋아하는 풀로 가득한 야외 방사장에서 올 여름을 지낼 예정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면 내부에 마련된 시설에서 지내게 된다고 합니다. 비좁은 식당 한편에서 지내다 비로소 넓은 공간에서 살게 된 밤이와 잣의 평화로운 모습을 잠시 감상해 볼까요?

넓은 풀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잣.

마음껏 풀을 뜯어 먹는 밤.


여름동안 밤과 잣이 지내는 보호시설 야외 방사장의 모습.
야생동물이 있어야 할 곳은
인간의 곁이 아닌 ‘자연’
설가타 육지거북은 본래 아프리카 지역에서 풀을 뜯어 먹고, 땅굴을 파며 생활합니다. 평균 수명 또한 100년 이상으로 인간보다 오래 사는 동물이죠. 인간이 평생 책임질 수도 없는 야생동물을 그저 희귀 동물로만 취급하며 사육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습니다.
시민의 제보가 없었다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설가타 육지거북들은 지금도 열악한 사육 환경에서 지내고,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한 환경에서 산책을 하며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불법 사육되는 야생동물은 전국 곳곳에 훨씬 더 많습니다. 야생동물들이 개인에 의해 무분별하게 거래되는 실정 또한 심각한 문제죠.

그저 희귀하고 이색적이라는 이유로 야생동물을 판매하고, 사육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야 합니다. 야생동물을 반려하지 마세요. 정말 동물을 사랑한다면, 한 번만 더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주세요. 야생동물이 있어야 할 곳은 인간의 곁이 아닌 자연입니다.
길 한복판에 나타난
대형 육지거북,
국립생태원 이송!
장희지 캠페이너 2022. 07. 29
지난 6월, 온라인 비건 커뮤니티 ‘비건클럽’ 게시판에 홍대 상수역 근처 길거리에 대형 거북이 인도를 활보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보자가 목격한 거북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2급에 속한 ‘설가타 육지거북’이었는데요. 이들은 도대체 왜 딱딱한 보도블록 위를 배회하고 있었던 걸까요? 동물해방물결이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제보글과 함께 올라온 보도블록 위를 배회하는 설가타 육지거북의 사진.
산책하는 반려 거북?
알고보니 ‘불법 사육’이었던
국제적 멸종위기종
동물해방물결은 제보글을 통해 해당 거북이 유기된 것은 아닌지 사실 여부 파악에 나섰습니다. 혹시 또다른 목격담은 없는지 SNS 등을 통해 수소문 하던 중 홍대 상수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설가타 육지거북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후 현장 답사 결과, 식당 사장님이 지인에게 양도받은 설가타 육지거북 2명을 식당 한편에서 사육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 사장님은 거북들이 길 한복판에 나와 있었던 이유가 광합성을 위한 산책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거북들이 돌아다니던 길은 사람과 자전거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였고, 바로 옆은 차와 오토바이가 이동하는 도로였습니다.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는 안전펜스도 없어 거북들에게 위협적인 환경이었죠.

현행법 상 국제적 멸종위기종 2급에 속하는 동물을 개인이 사육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육 시설을 갖춰 환경 당국에 필히 등록해야 합니다. 사육 시설 등록을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또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양수하거나, 양도 받을 때에도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사육 중인 거북들은 사육 시설 등록은 물론 양수·양도 신고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식당 사장님은 해당 거북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속하는지, 신고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설가타 육지거북을 불법 사육하고 있던 것이었죠.
부적합한 사육 환경...
대형 육지거북의 행방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설가타 육지거북의 생태적 습성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부분도 갖춰져 있지 않은 열악한 사육 환경이었습니다. 사육 시설 등록 시 지켜야 할 법적 기준과 온도, 습도 조절 시설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행동 풍부화 시설조차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식당 입구 한편에 비좁게 마련된 거북이들의 사육 공간.
설가타 육지거북의 사육 환경을 확인한 동물해방물결은 즉시 한경환경유역청에 해당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불법 사육 중인 해당 거북들을 국립생태원이 운영 중인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로 이송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한강환경유역청의 협조로 식당 사장님의 사육 포기를 설득해 설가타 육지거북들을 국립생태원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립생태원이란?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생태 조사·연구, 생태계 복원 및 기술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 작년 7월, 밀수 적발로 몰수되거나 불법 사육 중 버려진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CITES)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 보호시설이 건립돼 운영 중이다.
“밤이랑 잣이라고 불러주세요”
평화를 찾은 설가타 육지거북
약 2주 뒤, 동물해방물결은 국립생태원의 협조를 받아 충남 서천에 위치한 보호시설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설가타 육지거북 2명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검역 절차를 마치고 이송된 거북들은 다행히 아픈 곳 없이 모두 건강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또한 각 여성과 남성 거북으로 밤(13세)과 잣(25세)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생겼다고 해요!
밤이와 잣은 설가타 육지거북이 좋아하는 풀로 가득한 야외 방사장에서 올 여름을 지낼 예정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면 내부에 마련된 시설에서 지내게 된다고 합니다. 비좁은 식당 한편에서 지내다 비로소 넓은 공간에서 살게 된 밤이와 잣의 평화로운 모습을 잠시 감상해 볼까요?

넓은 풀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잣.

마음껏 풀을 뜯어 먹는 밤.


여름동안 밤과 잣이 지내는 보호시설 야외 방사장의 모습.
야생동물이 있어야 할 곳은
인간의 곁이 아닌 ‘자연’
설가타 육지거북은 본래 아프리카 지역에서 풀을 뜯어 먹고, 땅굴을 파며 생활합니다. 평균 수명 또한 100년 이상으로 인간보다 오래 사는 동물이죠. 인간이 평생 책임질 수도 없는 야생동물을 그저 희귀 동물로만 취급하며 사육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습니다.
시민의 제보가 없었다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설가타 육지거북들은 지금도 열악한 사육 환경에서 지내고,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한 환경에서 산책을 하며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불법 사육되는 야생동물은 전국 곳곳에 훨씬 더 많습니다. 야생동물들이 개인에 의해 무분별하게 거래되는 실정 또한 심각한 문제죠.

그저 희귀하고 이색적이라는 이유로 야생동물을 판매하고, 사육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야 합니다. 야생동물을 반려하지 마세요. 정말 동물을 사랑한다면, 한 번만 더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주세요. 야생동물이 있어야 할 곳은 인간의 곁이 아닌 자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