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 오른 장수견의 비밀’
우리 댕댕이, 채식해도 될까?
한승희 캠페이너 2021. 09. 23
지난 2002년 기네스북에 ‘가장 오래 산 개(the oldest living dog)’로 소개됐었던 ‘브램블(Bramble)’을 아시나요? 브램블은 영국에 사는 동물권 활동가이자 비건인 앤 헤리티지의 반려견인데, 무려 27세까지 건강한 삶을 누렸습니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180세를 훌쩍 넘긴 셈이라고 해요.

브램블의 장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철저한 ‘비건’ 식단입니다. 브램블의 반려인 앤은 브램블에게 유기농 채소와 현미, 렌틸콩 중심의 비건 식탁을 차려주었다고 해요. 물론 함께 매일 두 시간씩 산책하며 체력 관리도 꾸준히 했고요. 브램블의 주치의에 따르면 브램블은 나이가 들어서도 줄곧 하얗고 건강한 치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개는 육식을 해야 한다?
채식을 한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거나 향상한 개는 브램블 외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반려인이 반려견에게 식물성 사료를 주길 꺼립니다. 개는 ‘당연히’ 육식을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개가 반드시 육식을 해야 하는지, 채식을 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혹은 채식이 개의 식성에 맞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맞다, 아니다로 딱 잘라 답할 수 없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문제들이죠.

한편 채식이 개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2016년 영국 윈체스터대학 동물복지센터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년 동안 채식을 한 개들은 대체로 털 상태가 훨씬 반들반들하고 깨끗해지고, 적정 체중을 유지했습니다. 알레르기나 관절염, 세균성 전염병, 암 발병률도 현저히 낮았고요.
학계에서는 개가 인간처럼 잡식 동물(omnivore)이기 때문에 영양소 균형만 맞는다면 채식을 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도 나옵니다. 개들의 선조인 늑대는 육식 동물에 가깝지만, 약 3만 년에 걸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온 오늘날의 개들은 잡식 동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잡식 동물이기에 채식도 충분히 체질에 맞는다는 것이죠. 게다가 개는 식물성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는 아밀라아제 유전자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육식 사료의 더러운 진실
시중에 판매되는 육식 사료의 위생과 안전 문제도 반려인들이 반려견의 채식을 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반려견용 육식 사료가 출처와 부위를 알 수 없는 온갖 동물의 잔해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려견용 육류 통조림에서는 소나 돼지의 귀에 다는 축산이력번호 플라스틱 태그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죠. 또 제대로 살균하지 않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돼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이 증식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2018년 2월 한 달 동안에만 반려동물용 육식 사료 38종에서 살모넬라균과 최면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육류 산업과 반려동물 사료 산업이 알게 모르게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의 육류를 생산·유통하는 거대 기업 대다수가 ‘펫 푸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카길(Cargill)은 ‘다이아몬드V(Diamond V)’, ‘뉴트리나(Nutrena)’ 등을, 네슬레(Nestle)는 ‘퓨리나(Purina)’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타이슨 푸드(Tyson Foods)는 2010년대부터 반려동물용 사료 제품을 하나둘 늘려가다가 지난 5월 세 가지 브랜드를 또 다른 거대 식품 기업인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에 팔았죠.
국내 사정도 비슷합니다. 하림은 계열사 ‘하림펫푸드’를 설립했고, 풀무원은 ‘유기농’을 내세운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아미오(Amio)’를 만들었습니다. 이밖에 빙그레, CJ제일제당도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를 출시했다가 정리했고요. 업계에선 현재 국내 ‘반려동물시장’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식품 기업이 반려동물 사료 산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육류 산업과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관계도 더욱 끈끈해지겠죠. 반려동물을 위해 사료를 사는 게 결국 육식 문화를 지탱하는 대기업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 일조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요.

‘개가 채식을 해도 될까?’ 하는 질문은 비건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입니다. 모든 느끼는 존재의 권리를 위해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막상 우리 집 댕댕이에게는 소, 돼지, 닭에서 온 음식을 먹인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니까요. 채식이 개에게 충분한 영양분과 에너지를 줄지 걱정이 되어 망설여질 땐, 최장수 개 브램블을 떠올려보세요. 참고로 브램블의 식구였던 또 다른 비건 개 둘도 19세, 20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기사 원문]
Plant Based News, Could a vegan diet actually be better for dogs than meat?
BBC future, Can you feed cats and dogs a vegan diet?
‘기네스북 오른 장수견의 비밀’
우리 댕댕이, 채식해도 될까?
한승희 캠페이너 2021. 09. 23
지난 2002년 기네스북에 ‘가장 오래 산 개(the oldest living dog)’로 소개됐었던 ‘브램블(Bramble)’을 아시나요? 브램블은 영국에 사는 동물권 활동가이자 비건인 앤 헤리티지의 반려견인데, 무려 27세까지 건강한 삶을 누렸습니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180세를 훌쩍 넘긴 셈이라고 해요.

브램블의 장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철저한 ‘비건’ 식단입니다. 브램블의 반려인 앤은 브램블에게 유기농 채소와 현미, 렌틸콩 중심의 비건 식탁을 차려주었다고 해요. 물론 함께 매일 두 시간씩 산책하며 체력 관리도 꾸준히 했고요. 브램블의 주치의에 따르면 브램블은 나이가 들어서도 줄곧 하얗고 건강한 치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개는 육식을 해야 한다?
채식을 한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거나 향상한 개는 브램블 외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반려인이 반려견에게 식물성 사료를 주길 꺼립니다. 개는 ‘당연히’ 육식을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개가 반드시 육식을 해야 하는지, 채식을 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혹은 채식이 개의 식성에 맞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맞다, 아니다로 딱 잘라 답할 수 없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문제들이죠.

한편 채식이 개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2016년 영국 윈체스터대학 동물복지센터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년 동안 채식을 한 개들은 대체로 털 상태가 훨씬 반들반들하고 깨끗해지고, 적정 체중을 유지했습니다. 알레르기나 관절염, 세균성 전염병, 암 발병률도 현저히 낮았고요.
학계에서는 개가 인간처럼 잡식 동물(omnivore)이기 때문에 영양소 균형만 맞는다면 채식을 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도 나옵니다. 개들의 선조인 늑대는 육식 동물에 가깝지만, 약 3만 년에 걸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온 오늘날의 개들은 잡식 동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잡식 동물이기에 채식도 충분히 체질에 맞는다는 것이죠. 게다가 개는 식물성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는 아밀라아제 유전자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육식 사료의 더러운 진실
시중에 판매되는 육식 사료의 위생과 안전 문제도 반려인들이 반려견의 채식을 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반려견용 육식 사료가 출처와 부위를 알 수 없는 온갖 동물의 잔해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려견용 육류 통조림에서는 소나 돼지의 귀에 다는 축산이력번호 플라스틱 태그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죠. 또 제대로 살균하지 않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돼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이 증식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2018년 2월 한 달 동안에만 반려동물용 육식 사료 38종에서 살모넬라균과 최면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육류 산업과 반려동물 사료 산업이 알게 모르게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의 육류를 생산·유통하는 거대 기업 대다수가 ‘펫 푸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카길(Cargill)은 ‘다이아몬드V(Diamond V)’, ‘뉴트리나(Nutrena)’ 등을, 네슬레(Nestle)는 ‘퓨리나(Purina)’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타이슨 푸드(Tyson Foods)는 2010년대부터 반려동물용 사료 제품을 하나둘 늘려가다가 지난 5월 세 가지 브랜드를 또 다른 거대 식품 기업인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에 팔았죠.
국내 사정도 비슷합니다. 하림은 계열사 ‘하림펫푸드’를 설립했고, 풀무원은 ‘유기농’을 내세운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아미오(Amio)’를 만들었습니다. 이밖에 빙그레, CJ제일제당도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를 출시했다가 정리했고요. 업계에선 현재 국내 ‘반려동물시장’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식품 기업이 반려동물 사료 산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육류 산업과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관계도 더욱 끈끈해지겠죠. 반려동물을 위해 사료를 사는 게 결국 육식 문화를 지탱하는 대기업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 일조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요.

‘개가 채식을 해도 될까?’ 하는 질문은 비건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입니다. 모든 느끼는 존재의 권리를 위해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막상 우리 집 댕댕이에게는 소, 돼지, 닭에서 온 음식을 먹인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니까요. 채식이 개에게 충분한 영양분과 에너지를 줄지 걱정이 되어 망설여질 땐, 최장수 개 브램블을 떠올려보세요. 참고로 브램블의 식구였던 또 다른 비건 개 둘도 19세, 20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기사 원문]
Plant Based News, Could a vegan diet actually be better for dogs than meat?
BBC future, Can you feed cats and dogs a vegan di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