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동물
‘벨루가 잔혹사’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니?
이주희 캠페이너 2021. 03. 03

거제씨월드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한 돌고래 서핑. 출처: 거제씨월드
지난 여름, 거제씨월드의 ‘서핑보드식’ 돌고래 체험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얼마 전, 거제씨월드에서 사육되던 벨루가 ‘아자’가 지난해 11월 26일에 죽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수족관의 돌고래 전시와 체험이 다시금 비판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벨루가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에 둘러싸인 ‘북극해’에 서식하는 동물인데요. 북극해에 있어야 할 벨루가들이, 대체 어떻게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의 수족관까지 오게 된 걸까요? 동물해방물결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은밀하고 충격적인
벨루가 포획의 진실
우선 벨루가는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Ⅱ에 등재된 종입니다. CITES의 거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 수족관에 갇혀 있는 벨루가들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러시아로부터 수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벨루가들은 어떻게 포획되어 여기까지 왔을까요? 러시아의 벨루가 포획 환경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꼬리에 모래 자루가 묶여 있는 벨루가 사체. 출처: Update report on the white whale (Delphinapterus leucas) live- captures in the Okhotsk Sea, Russia
2014년 5월 발표된 ‘오호츠크해 벨루가 생포 현황 보고서’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조사 기간 중, 81명의 벨루가가 포획되어 운송되었는데요. 포획 도중에 34명이, 포획 후 이동 중에는 7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벨루가 3명은 운좋게 어부에 의해 방류되었거나 스스로 탈출했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상품 가치가 떨어져 보였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로써 포획 과정에서 사망하는 벨루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이 최소한으로 잡은 수치였으며 보고되지 않고 방류된 고래들이 더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벨루가 사망률 은폐 정황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보고서에 첨부된 벨루가의 사진을 통해 제기되었는데요. 연구팀이 러시아 북동부 해안에서 발견한 9명의 벨루가 사체 중 4명의 몸에 그물 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포획 작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어린 벨루가 1명은 모래로 가득찬 자루가 꼬리에 묶여 있기도 했습니다. 이 벨루가는 모래 자루가 찢어진 덕에 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발견되었지만, 연구팀은 사체를 침몰시켜 사망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정황으로 추정했습니다.
러시아의 벨루가 포획 및 유통 과정을 폭로한 다큐멘터리 ‘자유로이 뛰놀 바다(Born to be free)’에는 해양수족관 관계자였던 타길트세프(Evgenii Tagiltsev)가 출연해 이와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가야네 페트로시얀 감독의 다큐멘터리 <자유로이 뛰놀 바다>.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타길트세프는 해양수족관 동물을 모으려 벨루가 포획 현장에 파견됐던 수의사였는데요. 그에 따르면 포획 현장에 파견된 조사관들은 이미 포획업자들과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장에서 벨루가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도 조사관들은 돈이나 캐비어 등의 금품을 받고 사건을 쉬쉬하며, 인부들은 사체를 묻어버리기 바쁘다고 해요.
동물해방물결이 발견한 보고서와 함께, 다큐멘터리에 실린 타길트세프의 생생한 증언은 벨루가 포획 현장과 관련된 어떠한 통계자료도 쉽게 신뢰할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납치’당한 벨루가를 집으로!
위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벨루가는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잔인하게 ‘납치’당한 것입니다. 자유롭게 드넓은 북극해를 헤엄치던 벨루가에게 좁고 더운 수조에서의 생활은 고문과도 같습니다.
또한 고래는 스스로가 갇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각력을 지닌 동물입니다. 벨루가들은 날카로운 그물망에 잡혀 가족, 친구들과 생이별을 하고, 열악한 이동 환경에서 겨우 살아남아도 결국 수족관이라는 감옥에 갇혀 평생을 구경거리로 살아야 하죠. 나를 납치하고 가둔 존재를 위해 죽기 전까지 착취당하는 삶에 대해서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출처: 언스플래시
지난 2019년 러시아가 수출을 위해 고래 100명 가량을 잡아 두었던 가두리가 ‘고래 감옥’으로 이슈화되자, 러시아 정부는 가두리에 잡힌 고래들을 모두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으로 고래 감옥에 잡힌 고래들은 모두 해방되었지만, 잔인하고 억울하게 납치되어 감옥에 갇힌 것은 국내 수족관의 고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고래류 바다쉼터(해양보호소)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래의 자생력과 원서식지 방류 가능성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여 고래를 당장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어렵다면, 이처럼 바다쉼터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의 수족관에 갇혀 있던 벨루가 2명이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벨루가 생추어리’로 이주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10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벨루가 '벨라'의 방류를 결정하고, 지난 1일 3차 자문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약속대로 벨라가 무사히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동물해방물결도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해양수산부도 벨루가를 포함한 국내 수족관의 고래들이 인위적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방류 계획을 세우길 바랍니다.

행복해 보이는 벨루가는 정말 행복할까? 출처: 다큐멘터리 <자유로이 뛰놀 바다> 캡처
수족관이 이들을 납치하고 가두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감금된 벨루가를 보기 위해 돈을 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에 남아 있는 고래는 27명. 죄 없는 동물들이 하루빨리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라신다면, 수족관 불매와 해양동물 해방운동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전시동물
‘벨루가 잔혹사’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니?
이주희 캠페이너 2021. 03. 03

거제씨월드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한 돌고래 서핑. 출처: 거제씨월드
지난 여름, 거제씨월드의 ‘서핑보드식’ 돌고래 체험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얼마 전, 거제씨월드에서 사육되던 벨루가 ‘아자’가 지난해 11월 26일에 죽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수족관의 돌고래 전시와 체험이 다시금 비판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벨루가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에 둘러싸인 ‘북극해’에 서식하는 동물인데요. 북극해에 있어야 할 벨루가들이, 대체 어떻게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의 수족관까지 오게 된 걸까요? 동물해방물결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은밀하고 충격적인
벨루가 포획의 진실
우선 벨루가는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Ⅱ에 등재된 종입니다. CITES의 거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 수족관에 갇혀 있는 벨루가들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러시아로부터 수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벨루가들은 어떻게 포획되어 여기까지 왔을까요? 러시아의 벨루가 포획 환경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꼬리에 모래 자루가 묶여 있는 벨루가 사체. 출처: Update report on the white whale (Delphinapterus leucas) live- captures in the Okhotsk Sea, Russia
2014년 5월 발표된 ‘오호츠크해 벨루가 생포 현황 보고서’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조사 기간 중, 81명의 벨루가가 포획되어 운송되었는데요. 포획 도중에 34명이, 포획 후 이동 중에는 7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벨루가 3명은 운좋게 어부에 의해 방류되었거나 스스로 탈출했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상품 가치가 떨어져 보였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로써 포획 과정에서 사망하는 벨루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이 최소한으로 잡은 수치였으며 보고되지 않고 방류된 고래들이 더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벨루가 사망률 은폐 정황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보고서에 첨부된 벨루가의 사진을 통해 제기되었는데요. 연구팀이 러시아 북동부 해안에서 발견한 9명의 벨루가 사체 중 4명의 몸에 그물 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포획 작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어린 벨루가 1명은 모래로 가득찬 자루가 꼬리에 묶여 있기도 했습니다. 이 벨루가는 모래 자루가 찢어진 덕에 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발견되었지만, 연구팀은 사체를 침몰시켜 사망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정황으로 추정했습니다.
러시아의 벨루가 포획 및 유통 과정을 폭로한 다큐멘터리 ‘자유로이 뛰놀 바다(Born to be free)’에는 해양수족관 관계자였던 타길트세프(Evgenii Tagiltsev)가 출연해 이와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가야네 페트로시얀 감독의 다큐멘터리 <자유로이 뛰놀 바다>.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타길트세프는 해양수족관 동물을 모으려 벨루가 포획 현장에 파견됐던 수의사였는데요. 그에 따르면 포획 현장에 파견된 조사관들은 이미 포획업자들과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장에서 벨루가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도 조사관들은 돈이나 캐비어 등의 금품을 받고 사건을 쉬쉬하며, 인부들은 사체를 묻어버리기 바쁘다고 해요.
동물해방물결이 발견한 보고서와 함께, 다큐멘터리에 실린 타길트세프의 생생한 증언은 벨루가 포획 현장과 관련된 어떠한 통계자료도 쉽게 신뢰할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납치’당한 벨루가를 집으로!
위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벨루가는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잔인하게 ‘납치’당한 것입니다. 자유롭게 드넓은 북극해를 헤엄치던 벨루가에게 좁고 더운 수조에서의 생활은 고문과도 같습니다.
또한 고래는 스스로가 갇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각력을 지닌 동물입니다. 벨루가들은 날카로운 그물망에 잡혀 가족, 친구들과 생이별을 하고, 열악한 이동 환경에서 겨우 살아남아도 결국 수족관이라는 감옥에 갇혀 평생을 구경거리로 살아야 하죠. 나를 납치하고 가둔 존재를 위해 죽기 전까지 착취당하는 삶에 대해서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출처: 언스플래시
지난 2019년 러시아가 수출을 위해 고래 100명 가량을 잡아 두었던 가두리가 ‘고래 감옥’으로 이슈화되자, 러시아 정부는 가두리에 잡힌 고래들을 모두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으로 고래 감옥에 잡힌 고래들은 모두 해방되었지만, 잔인하고 억울하게 납치되어 감옥에 갇힌 것은 국내 수족관의 고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고래류 바다쉼터(해양보호소)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래의 자생력과 원서식지 방류 가능성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여 고래를 당장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어렵다면, 이처럼 바다쉼터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의 수족관에 갇혀 있던 벨루가 2명이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벨루가 생추어리’로 이주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10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벨루가 '벨라'의 방류를 결정하고, 지난 1일 3차 자문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약속대로 벨라가 무사히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동물해방물결도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해양수산부도 벨루가를 포함한 국내 수족관의 고래들이 인위적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방류 계획을 세우길 바랍니다.

행복해 보이는 벨루가는 정말 행복할까? 출처: 다큐멘터리 <자유로이 뛰놀 바다> 캡처
수족관이 이들을 납치하고 가두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감금된 벨루가를 보기 위해 돈을 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에 남아 있는 고래는 27명. 죄 없는 동물들이 하루빨리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라신다면, 수족관 불매와 해양동물 해방운동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