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작지만 알찼던,
‘종평등한 언어생활’
첫 번째 워크숍 현장
2021. 06. 03
‘동물해방물결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뉴스레터에 소개된 글을 읽어보셨다면 나름의 언어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셨을 거예요. 바로 ‘종차별적인 언어 표현은 쓰지 않기’ 입니다. 동물을 비하하는 의미와 관점이 담긴 표현, 인간을 비인간 동물보다 높은 존재로 상정하는 표현, 동물을 도구화·사물화하는 표현 등을 동물해방물결은 ‘종차별적 언어’로 규정하고 있어요.
일상에 스며든 종차별적 언어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언어 표현을 제안하기 위해 동물해방물결은 올해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진행하려 합니다. 그리고 캠페인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갈 기획단을 꾸릴 예정이고요. 지난 5월 25일 책방 풀무질 세미나실에서 열린 ‘종평등한 언어생활 워크숍’은 바로 이 캠페인 기획단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첫 번째 자리였어요. 워크숍 1부에서는 윤나리 사무국장이 캠페인 취지와 우리말 속 종차별적 언어 표현들을 소개하고, 한승희 캠페이너가 종차별적 영어 표현을 개선하기 위한 해외 캠페인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2부에서는 워크숍 참석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에서 공론화해야 할 표현들을 정리했어요.
동물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종차별적 표현들
우리말 속 종차별적 표현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비인간 동물을 착취 대상으로 한정 짓는 표현(물고기, 젖소 등), 둘째는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표현(암컷·수컷, ~마리, 주둥이, 모가지 등), 셋째는 비인간 동물에 빗댄 모욕적 표현(짐승만도 못한, 돼지같이 살이 찐 등)입니다. 어떤 표현은 쉽게 대체어를 찾을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예들도 있어요. 여럿이 머리를 맞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종차별적 언어 표현을 대신할 종평등한 표현들을 찾아낼 수 있겠죠? 동물해방물결이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기획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예요.
해외에서도 종차별적 영어 표현을 고쳐나가기 위한 캠페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어요.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지난 1월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비인간 동물을 욕설에 사용하는 것은 종차별주의와 인간우월주의를 강화한다”고 지적하며 비인간 동물과 무관한 다른 표현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IDA(In Defense of Animals)와 애니멀즈앤미디어(Animals&Media)는 동물을 가리킬 때 인칭 대명사 ‘he/she, who’가 아니라 비인칭 대명사 ‘it, that, which, what’을 사용하는 것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잘못된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하며, 동물에게 비인칭 대명사를 쓰도록 권하는 언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IDA와 애니멀즈앤미디어는 세계 최대 통신사 AP 측에 편지를 보내 “지각하는 존재인 비인간 동물을 자동차나 소파와 같은 물건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지적하며, “(비인간 동물을 지칭하는 대명사 사용법을 수정하는 것은) 더욱 정확한 의사소통과 비인간 동물에 대한 대상화 종식을 향해 내딛는, 단순하지만 기념비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고기’ 대신 ‘물살이’, ‘개좋아’ 대신 ‘깨좋아’
이날 워크숍에서 참가자 7명과 함께 꼽은 ‘가장 빨리 없어져야 할 종차별적 언어 표현’으로는 ‘물고기’가 꼽혔습니다. ‘고기’의 사전적 뜻은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 즉 ‘물고기’란 단어는 어류를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먹을 것’으로만 취급하는 셈입니다. 동물해방물결을 비롯해 여러 비거니즘 단체와 지지자들은 ‘물고기’ 대신 ‘물살이’란 단어를 쓰고 있어요.
이밖에 ‘암컷·수컷’, ‘폐사’, ‘도살’, ‘개~’ 등도 종평등한 언어생활을 위해서는 쓰지 말아야 할 표현들로 지적됐습니다. ‘암컷·수컷’, ‘폐사’, ‘도살’처럼 인간에게는 쓰지 않는 표현, 동물을 상품화하는 표현 대신 ‘여성·남성’, ‘사망’, ‘살해’ 등 인간과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어요. 인간과 비인간 동물 간 언어 차이를 줄이는 것은 곧 인식 차이를 줄이는 것에도 연결되니까요.
또 최근 들어 긍정적 의미를 강조하는 접두사처럼 쓰이는 ‘개~’는, 그 용법이 아무리 ‘좋음’을 강화하기 위함이라 하더라도 결국 개를 ‘귀여운 것’, ‘좋은 것’으로 대상화할 수 있어 쓰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습니다. ‘개~’ 대신 ‘깨~’를 쓰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개좋아’, ‘개웃겨’ 대신 ‘깨좋아’, ‘깨웃겨’ - 어떤가요?
이번 워크숍은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참가자 7명만 모집해 소규모로 진행됐어요. 동물해방 활동가부터 동물권 관련 행사는 처음인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언어의 문제점을 알게 돼 의미가 있었다”, “혼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표현들을 주제로 여럿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코멘트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종차별적 언어 표현의 문제점을 알리고, 이런 표현들을 쓰지 않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주셨어요.
‘종평등한 언어생활’을 위한 동물해방물결의 행보는 이제 시작입니다. 워크숍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통해 바꾸어나갈 언어 표현 5가지를 선정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캠페인을 어떻게 하면 더 널리 확산하고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낼지도 본격적으로 논의해나가려 합니다.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기획해보고 싶으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아래 링크를 눌러 캠페인 기획단에 참여해주세요!
#동물권
작지만 알찼던,
‘종평등한 언어생활’
첫 번째 워크숍 현장
2021. 06. 03
‘동물해방물결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뉴스레터에 소개된 글을 읽어보셨다면 나름의 언어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셨을 거예요. 바로 ‘종차별적인 언어 표현은 쓰지 않기’ 입니다. 동물을 비하하는 의미와 관점이 담긴 표현, 인간을 비인간 동물보다 높은 존재로 상정하는 표현, 동물을 도구화·사물화하는 표현 등을 동물해방물결은 ‘종차별적 언어’로 규정하고 있어요.
일상에 스며든 종차별적 언어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언어 표현을 제안하기 위해 동물해방물결은 올해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진행하려 합니다. 그리고 캠페인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갈 기획단을 꾸릴 예정이고요. 지난 5월 25일 책방 풀무질 세미나실에서 열린 ‘종평등한 언어생활 워크숍’은 바로 이 캠페인 기획단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첫 번째 자리였어요. 워크숍 1부에서는 윤나리 사무국장이 캠페인 취지와 우리말 속 종차별적 언어 표현들을 소개하고, 한승희 캠페이너가 종차별적 영어 표현을 개선하기 위한 해외 캠페인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2부에서는 워크숍 참석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에서 공론화해야 할 표현들을 정리했어요.
동물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종차별적 표현들
우리말 속 종차별적 표현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비인간 동물을 착취 대상으로 한정 짓는 표현(물고기, 젖소 등), 둘째는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표현(암컷·수컷, ~마리, 주둥이, 모가지 등), 셋째는 비인간 동물에 빗댄 모욕적 표현(짐승만도 못한, 돼지같이 살이 찐 등)입니다. 어떤 표현은 쉽게 대체어를 찾을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예들도 있어요. 여럿이 머리를 맞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종차별적 언어 표현을 대신할 종평등한 표현들을 찾아낼 수 있겠죠? 동물해방물결이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기획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예요.
해외에서도 종차별적 영어 표현을 고쳐나가기 위한 캠페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어요.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지난 1월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비인간 동물을 욕설에 사용하는 것은 종차별주의와 인간우월주의를 강화한다”고 지적하며 비인간 동물과 무관한 다른 표현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IDA(In Defense of Animals)와 애니멀즈앤미디어(Animals&Media)는 동물을 가리킬 때 인칭 대명사 ‘he/she, who’가 아니라 비인칭 대명사 ‘it, that, which, what’을 사용하는 것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잘못된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하며, 동물에게 비인칭 대명사를 쓰도록 권하는 언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IDA와 애니멀즈앤미디어는 세계 최대 통신사 AP 측에 편지를 보내 “지각하는 존재인 비인간 동물을 자동차나 소파와 같은 물건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지적하며, “(비인간 동물을 지칭하는 대명사 사용법을 수정하는 것은) 더욱 정확한 의사소통과 비인간 동물에 대한 대상화 종식을 향해 내딛는, 단순하지만 기념비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고기’ 대신 ‘물살이’, ‘개좋아’ 대신 ‘깨좋아’
이날 워크숍에서 참가자 7명과 함께 꼽은 ‘가장 빨리 없어져야 할 종차별적 언어 표현’으로는 ‘물고기’가 꼽혔습니다. ‘고기’의 사전적 뜻은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 즉 ‘물고기’란 단어는 어류를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먹을 것’으로만 취급하는 셈입니다. 동물해방물결을 비롯해 여러 비거니즘 단체와 지지자들은 ‘물고기’ 대신 ‘물살이’란 단어를 쓰고 있어요.
이밖에 ‘암컷·수컷’, ‘폐사’, ‘도살’, ‘개~’ 등도 종평등한 언어생활을 위해서는 쓰지 말아야 할 표현들로 지적됐습니다. ‘암컷·수컷’, ‘폐사’, ‘도살’처럼 인간에게는 쓰지 않는 표현, 동물을 상품화하는 표현 대신 ‘여성·남성’, ‘사망’, ‘살해’ 등 인간과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어요. 인간과 비인간 동물 간 언어 차이를 줄이는 것은 곧 인식 차이를 줄이는 것에도 연결되니까요.
또 최근 들어 긍정적 의미를 강조하는 접두사처럼 쓰이는 ‘개~’는, 그 용법이 아무리 ‘좋음’을 강화하기 위함이라 하더라도 결국 개를 ‘귀여운 것’, ‘좋은 것’으로 대상화할 수 있어 쓰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습니다. ‘개~’ 대신 ‘깨~’를 쓰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개좋아’, ‘개웃겨’ 대신 ‘깨좋아’, ‘깨웃겨’ - 어떤가요?
이번 워크숍은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참가자 7명만 모집해 소규모로 진행됐어요. 동물해방 활동가부터 동물권 관련 행사는 처음인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언어의 문제점을 알게 돼 의미가 있었다”, “혼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표현들을 주제로 여럿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코멘트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종차별적 언어 표현의 문제점을 알리고, 이런 표현들을 쓰지 않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주셨어요.
‘종평등한 언어생활’을 위한 동물해방물결의 행보는 이제 시작입니다. 워크숍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통해 바꾸어나갈 언어 표현 5가지를 선정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캠페인을 어떻게 하면 더 널리 확산하고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낼지도 본격적으로 논의해나가려 합니다.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종평등한 언어생활’ 캠페인을 기획해보고 싶으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아래 링크를 눌러 캠페인 기획단에 참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