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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계 비건의 날 공동성명서] 위기의 시대, 미래는 비건이다

관리자
2020-11-01
조회수 1504

11월 1일 오늘은 어떤 목적에서든 동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착취와 학대를 최대한 배제하고, 인간, 동물, 환경에 이로운 식물성 대안의 개발과 이용을 장려하는 철학과 삶의 방식으로서 ‘비거니즘(Veganism)’이 개념화된 것을 기념하며 제정된 ‘세계 비건의 날’이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등 당면한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시기를 살고 있으나, 그만큼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비거니즘’이 지니는 중요성은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오늘 우리 단체들은 지구와 건강, 동물을 위하여 대한민국도 하루빨리 비건 사회로 거듭나는 여정을 시작해야 함을, 특히 기후위기 대응 전략에 채식(탈육식)을 포함해야 함을 천명하는 바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와 사회의 대응은 사안의 시급성에 비해 대단히 미흡한 수준이다. 주요 미비점 중 하나가 바로 대응 전략에 축산업 문제가 제외된 점이다. 거의 모든 정책 수립과 담론이 에너지 부문에만 집중되고 있다. 물론 에너지 전환은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구 가열을 섭씨 2도 미만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¼을 배출하는 농업(24%) 부문의 대부분은 축산업(18~20%)에서 발생한다. 이는 교통 부문의 총량보다 높아 UN에서도 전 지구적 육류 생산 및 소비 방식의 변화 없이 기후 위기 극복은 불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발표한 ‘기후변화와 토지(Climate Change and Land)’ 특별보고서(2019)를 필두로 본격적인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유럽연합(EU)은 그린 딜에서의 육류세(Meat tax) 도입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 뉴욕시의 그린 뉴딜은 ‘2030년까지 소고기 소비 50% 감축 및 가공육 퇴출’ 목표를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교육부 주관 행사의 기본 식단을 채식으로 제공한다는 결정(2018)을 내렸다. 또한, 세계 최대의 지역개발은행인 미주 개발은행(IDB)과 세계노동기구(ILO)가 발표한 넷-제로 보고서에 의하면 카리브해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채식 전환이다. 이럴 경우 축산, 낙농, 어업에서 줄어드는 430만개 일자리보다 5배가량 많은 1,900만 개의 새로운 ‘녹색 먹거리’ 관련 일자리가 마련되리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사료와 소고기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육류 소비 60% 감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아마존 밀림을 보호하고, 라틴아메리카의 넷-제로 정책 성공을 위해서 우리도 육류 소비 감소로 호응해야 하는 것이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하고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시시각각 쌓이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이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은 지자체 및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소와 양고기를 메뉴에서 없앴고, 런던의 한 구의회는 공식 식사에서 아예 육류를 제외하기로 하는 등 사례는 넘쳐난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기후대응=에너지전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혹자는 그 이유를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에너지 부문(87%)이 차지하고, 축산은 약 2%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한국은 식량 자급률(21.7%)이 매우 낮고,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심한 소의 절반 이상을 수입해 먹으며, 가축 사료도 97%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게다가, 사료용 곡물은 주로 미국 및 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산이라 탄소 흡수원인 산림의 파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겉핥기식 통계 해석은 온실가스와 산림파괴를 외주화하는 현실을 은폐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합리화하는 구실로 이용되기 쉽다. 최근 베트남에 석탄 발전소 건립 투자 계획이 크게 비판받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국경을 모르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앞에서 자국 영토에 국한해 대응하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며 위선적이기까지 하다.

축산업은 단일산업 영역으로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 아니라, 토지 사용, 부영양화로 인한 강과 해양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물 사용 등 핵심 환경 파괴 지표들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으면서도, 지구 전체 칼로리의 18%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산업이다.

축산업의 동물 학대 또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인구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의 동물이 인간의 ‘식욕'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식용으로 도살된 소가 88만, 돼지가 1782만, 닭이 10억5999만에 이른다.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밀식 사육과 강제 임신 및 출산, 부리, 이빨, 생식기 등 신체 부위 절단, 고통스러운 도살 등 가학적 행위는 동물을 경제적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취급하며 착취하는 축산업이 존재하는 이상 만성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가슴을 위주로 고속 성장하도록 계량된 닭(육계)은 몸이 무거워 축사에서 편히 일어서거나 움직이지도 못한다. 평생 빛도 안 들고 환기도 안 되는 사육장에 갇혀있던 돼지들은 반경 수 킬로미터 내 다른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면 곧바로 끌려 나와 살처분된다. 인간이 편의대로 ‘젖소’라 부르는 어미 소들은 평생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젖을 짜이고, 태어나는 수송아지들은 ‘젖소’가 될 수 없어서 어미 젖 한번 먹어보지 못하고 도살되어 짧은 생을 마감한다. 양계장의 닭들은 또 어떤가? 평생 비좁은 닭장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만성 칼슘 결핍에 시달릴 때까지 알 낳기를 반복한다. 또한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들은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산채로 분쇄기에 갈리고 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그로 인한 동물 살처분은 이제 매년 반복되는 일이 되었다. 동물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도살되거나, 살처분되거나,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축사에 꼼짝없이 갇힌 채 구조되지 못하고 고통사하는 현실은 비단 축산업의 일부를 ‘복지적’으로 ‘개선’하는 임시방편책으로 절대 해결될 수 없음이다.

현재의 축산업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신종전염병 대유행으로부터 안전하기를 원하는 우리의 미래와 양립할 수 없다. 정부의 그린뉴딜 안에 언급된 복지축산이나 방목식 사육은 온실가스 배출이나 여전한 생태계 오염은 물론 우리나라 토지이용 상황을 고려할 때 대안이 될 수 없다. 극소수의 축산업계에서 시도하는 친환경적 분뇨처리 시도들도 당면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결국 축산업 자체의 감축, 소비 측면에서 육류 및 유제품 소비의 극적 감소는 불가피하다.

우리가 과감하게 탈육식 사회로 전환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는 우리의 건강 자체가 심각한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인의 동물성 식품 섭취는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뇌혈관질환, 암, 각종 염증성 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건강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재난이 없더라도 지금의 식습관을 유지하면 우리 사회에 건강한 미래는 없다.

이미 네덜란드,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은 정부 차원의 식이가이드를 통해 단백질을 식물성 식품 중심으로 섭취하고, 육류, 유제품, 어류 섭취를 제한할 것을 자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면 현대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하여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식이가이드 개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과감한 식단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육류 대체식품 개발 장려, 먹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을 강화, 단체급식의 채식 선택권 보장 등을 통해 전 국민의 ‘책임 있는 음식 선택’과 식단의 ‘탈육식’을 촉진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시대의 먹거리 시스템은 채식 위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제 화석 연료 산업처럼 축산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산업 전환에는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는 관련 산업 및 종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업종 전환이 용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과학적 진실에 근거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며, 규제와 인센티브, 보조금 정책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먹거리 전환 정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평가하는 전과정평가(LCA) 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직원 단체급식 음식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포함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 연대 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위기대응 및 그린뉴딜 정책에 과감한 육류소비 감축과 채식 장려 정책을 포함시켜라!
● 학교는 기후위기와 동물권, 채식(비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며, 주 1일 이상 비건채식 급식을 조속히 실시하라!
● 기후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비건 채식이다. 가정과 직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이에 동참해달라!


2020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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