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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죽음의 건축을 막아라 : 반복되는 축사 화재와 '스마트 양돈빌딩'의 환상

관리자
2025-05-21
조회수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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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5월 21일(수) - 지난 19일, 경상남도 합천군의 한 양돈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실습 중이던 대학생 한 명이 사망하고, 3층 규모의 축사 건물이 전소되며 안에 있던 돼지 약 13,000명이 모두 불길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충남 천안에서도 화재로 인해 돼지 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축사에서의 화재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되었고, 생명들의 집단적 죽음 또한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이같은 참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복되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가능케 한 밀집 사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천, 수만 명의 생명이 불에 타 사라져도 이들의 죽음은 여전히 '재산피해'를 가늠하는 숫자로만 기록된다. 동물을 오직 '자원'으로 환원하는 산업 시스템은 이 참혹한 비극을 너무나 쉽게,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만들어버렸다.


○ 이번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충청남도가 추진 중인 '스마트 양돈빌딩' 계획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경고다. 충남도는 지난 2월, '지속가능한 축산'과 생산성 향상을 명분으로 다층 구조의 아파트형 돼지 축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화재가 발생한 합천의 양돈장 역시 기존 단층 축사보다 더 높은 밀도로 사육하는 '아파트형' 시설이었다. 이른바 '최첨단'이라 불리는 기술조차 재난 앞에서는 무력했고, 오히려 더 많은 생명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그동안 공장식 축산의 비윤리성과 재난 취약성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지만, 산업은 오히려 더 많은 동물의 감금과 희생을 전제로 확장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의 대형화와 기술의 고도화는 결국 생명을 더욱 밀집된 공간에 감금하고, 착취하고, 재난에 더 취약한 구조로 만든다. 이때의 기술은 '첨단'이 아니라 더 고도화된 '폭력'일 뿐이다. 축산업이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확장되는 한, 이번 화재와 같은 참사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 이제 우리는 사고의 원인과 피해 규모를 되짚는 데서 멈추지 말고, 축산업 전체의 구조적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스마트 양돈빌딩'과 같은 시스템은 동물과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고, 생명마저 위험에 노출시키는 죽음의 건축이다. 더 많은 생명을 감금하고 희생시키는 방식은 결코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방식은 더 큰 참사를 불러오는 구조적 위험일 뿐이다. 산업의 경제성보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에 두는 변화만이, 되풀이되는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출발점이다.



2025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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