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 :
아무도 가지 않았던
여정을 마치며
2021. 08. 03
2020년 8월, 역대 최장기 장마로 인한 전남 구례 수해 당시 살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갔던 소들은 구조 후 주인에게 돌아가 도살됐습니다. ‘만약 한국에 생추어리가 있었다면 이들을 구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국내에는 많은 수의 축산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생추어리가 없습니다. 축산 피해 동물을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동물해방물결의 생추어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생추어리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중, 인천의 A 목장을 알게 됐습니다. 2월 5일 목장 운영자를 만나, 소들을 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꾸준한 설득 끝에 4월 14일 업무협약을 체결했어요. 이후 생추어리 터와 동시에 구조할 소들의 임시보호처도 물색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축사 건설은 허가제를 통해 진행되는데요. 신규 축사 허가는 불가능에 가깝고, 허가 절차 역시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므로 임야나 농지가 아닌 축사 혹은 축사의 일부를 찾아야만 했어요.결국 SNS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 임시보호처에 대한 제보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제보 받은 임시보호처 몇 곳을 알아보았으나, 끝내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7월 29일, 지난 6월에 시작된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를 종료했습니다. 1,684명의 후원자들이 총 46,221,967원을 모금해주셨는데요. SNS와 뉴스레터를 통해 말씀드린 것처럼 애초에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모금을 종료하게 된 이유는, 인천 목장으로부터 “목장 폐업이 앞당겨졌으니, 소들을 최대한 빨리 데려가달라”는 급한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제보도 받고, 발로 뛰어다녔지만 소들의 임시보호처가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27일, 기적처럼 강원도 인제의 한 목장과 어렵게 연이 닿아 15명 중 6명의 소를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금 종료 소식이 전해진 후,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와 관련해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8월 2일, 후원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했어요.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향후 계획, 나아가 동물해방물결의 생추어리에 대해 보다 자세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설명회에 참여하지 못한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의 후원자를 비롯해 관심을 갖고 지켜본 분들께 온라인 설명회에서 오고간 이야기들을 전해드립니다.
Q1. 돈을 지불해서라도 인천 A 목장에서 소들이 더 머물 수 없나요?
Q2. 모금 기간을 늘리고, 돈을 더 모아서 소들을 더 살릴 방법은 없나요?
인천 A 목장은 계양산 국립공원 부지에 있습니다. 개발제한구역과 녹지에 해당해 A 목장은 계양구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아왔고, 토지 소유주와도 임대료 문제로 법적 분쟁 중이었습니다. 저희가 A 목장과 협약을 맺을 때만 해도 추석 전에 목장에 대한 법적 결단이 내려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지난 7월 22일 A 목장주로부터 “법원에서 시설 철거 명령을 내렸고 기한은 8월 20일까지다, 늦어도 8월 10일까지 소들을 데려가라”는 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추석 전까지 임시보호처를 구하지 못하면 A 목장주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호소할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시설 철거 명령이 내려진 이상, 저희에게도 마지막 선택지가 사라져버린 셈입니다.
도살장이든 다른 목장이든 소들을 이동시키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들이 있습니다. 방역을 위해 세균과 바이러스 검사를 해야하고, 분변과 혈액 채취가 필요합니다. 지자체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검사를 요청해 예약하는 시간이 소요되고, 샘플들을 채취한 후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도 최소 1~2일이 걸립니다. 이밖에 소들을 이동시킬 차량 예약, 소들을 받아줄 인제 목장의 공간 마련 등 이런저런 절차들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소들을 구조하기 열흘 전에 몇 명을 구조할 지 확정해야 했습니다. 인제 목장에서 소 6명을 6개월 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 7월 27일이었고, 28일에는 인천 목장, 인제 목장과 연락하며 검사 예약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Q3. 모금함은 왜 닫았나요?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 모금함은 A 목장의 소 15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모금이 더 진행되더라도 소를 6명 이상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금함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구조한 소 6명의 임시 보호 비용과 생추어리 조성 자금 등은 그에 맞는 새로운 모금함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Q4. 구조하는 소 6명은 어떻게 선정하나요?
인천 A 목장의 구조에 따라 축사의 출입문에서 가까운 순입니다. 첫 번째 칸의 5명(부들, 창포, 미나리, 메밀, 머위)과 바로 옆칸에서 구조당일 가장 쉽게 넘어오는 1명으로 결정될 것 같습니다.
Q5.남은 소 9명은 어떻게 되나요?
남은 9명은 오는 8월 10일 도살됩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들의 죽음을 기억, 애도하기 위해 이날 A 목장에서 애도의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9명의 마지막 길은 저희가 잘 지켜주고, 기록으로 남긴 뒤 인스타그램과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Q6. 임시보호처(인제 목장)로 가는 6명은 임시보호 기간 종료 후, 어떻게 되나요?
인제 목장과 협의된 임시보호 기간은 6개월입니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생추어리의 터를 찾는 동시에, 또 다른 임시보호처를 찾아야 합니다. 생추어리 터를 찾는 작업은 전범선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인제군과 인제군 생태평화 공동체와 협력해 생추어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정선군의 폐업한 약초 농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6개월 임시보호 기간이 지난 후에도 소들이 생추어리로 이주하지 못하는 경우, 두 번째 임시보호처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 한 번 쉽지 않은 여정이 시작되겠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쌓은 경험이 두 번째 임시보호처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7.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나요?
앞으로 6개월간 소들이 지낼 인제 목장에는 현재 송아지를 비롯해 30명 정도의 소들이 살고 있습니다. 목장주는 방역을 우려해 가급적 낯선 사람의 방문을 자제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시보호처에서의 봉사활동은 어렵습니다. 단, 생추어리가 조성된 후에는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조직·운영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8. 협약을 어긴 인천 A 목장에게는 어떤 조처를 취할 예정인가요?
인천 A 목장주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8월 말이나 9월 초에 소들을 도살할 예정이었습니다. 동물해방물결도 그때까지 소들을 구조하기 위한 모금과 임시보호처 모색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인데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법원으로부터 시설 퇴거 명령을 받게 되어 그 기간이 8월 10일로 단축된 것입니다. 한편 이런 결정은 목장주의 일방적인 변심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장주에게 배상을 요구하거나, 협약 파기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안전하게 소들을 구조하고, 구조하지 못한 소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A 목장주와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Q9. 프로젝트 소식이 좀 더 자주 공유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좌절하는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실수도 많고,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후원자에게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좋은 소식, 희망적인 소식들 중심으로 전하려다 보니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동물해방물결의 인력도 많지 않아 일손이 달렸던 탓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진척 사항부터 사소한 하소연까지 앞으로는 더 자주 소통하도록 할게요!
Q10. 소들을 구조하고 남은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아직 A 목장 측에서 구체적인 구조 비용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재 모금액인 약 4,600만원에서 1,000만원가량 남으리라 예상됩니다. 남은 후원금은 인제 목장에서 소들을 돌보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사료비와 의료비 등 한 달에 약 120~150만 원의 비용이 들 것 같습니다.
동물해방물결이 만들 생추어리에 대한 자세한 질문을 해주신 분들도 많았는데요. 아직까지 생추어리의 규모나 위치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생추어리는 굉장히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고 많은 자원과 협력자가 필요한 대규모 사업입니다. 동물해방물결은 가급적이면 지자체와 협력해 제도적·문화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추어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생추어리의 개념과 역할,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천천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입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자원과 협력자를 모집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요.
생추어리의 운영 방식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운영하게 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추어리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원봉사와 후원금입니다. 이밖에 비거니즘에 공감하고,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업체와 연대하는 방안(비건 카페, 비건 레스토랑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비거니즘 사업의 수익 일부를 생추어리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입니다.
현재 동물해방물결 생추어리 프로젝트는 캠페이너 1명이 전담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지연 대표를 비롯한 모든 활동가들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손을 보태고 있어요. 앞으로 생추어리가 만들어진다면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텐데요. 소를 잘 알고 돌볼 수 있는 사육사와 수의사가 각각 최소 1명은 필요합니다. 또 가능하다면 생추어리 인근에 거주하며 전반적인 운영과 관리를 맡을 현장 매니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밖에는 자원봉사자를 조직해 동물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일손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를 포함한 동물해방물결의 생추어리 프로젝트에 대한 여정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내부에서도 생추어리 프로젝트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현재는 여력이 없어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사진과 영상 아카이빙은 꾸준히 하고 있으니 동물해방물결의 활동이 담긴 결과물은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나올 것 같아요. 또한 생추어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언론도 많은 편이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생추어리 프로젝트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법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는 동물해방물결 생추어리 프로젝트의 첫 걸음이자 초석입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인천 A 목장의 소들을 구조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러나 소들이 있었기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실전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소 6명을 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9명을 마저 구조하지 못한 것은 동물해방물결 활동가 모두에게 아픈 상처로 남겠지요. 그러나 더 강해지지 않고, 더 커지지 않으면 앞으로 9명뿐 아니라 9천 명, 9만 명,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소를 잃게 될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잃고 있고요.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물해방물결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한계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했고, 다시 일어나며 희망도 보았어요. 이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후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조만간 다시 소들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 :
아무도 가지 않았던
여정을 마치며
2021. 08. 03
2020년 8월, 역대 최장기 장마로 인한 전남 구례 수해 당시 살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갔던 소들은 구조 후 주인에게 돌아가 도살됐습니다. ‘만약 한국에 생추어리가 있었다면 이들을 구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국내에는 많은 수의 축산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생추어리가 없습니다. 축산 피해 동물을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동물해방물결의 생추어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생추어리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중, 인천의 A 목장을 알게 됐습니다. 2월 5일 목장 운영자를 만나, 소들을 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꾸준한 설득 끝에 4월 14일 업무협약을 체결했어요. 이후 생추어리 터와 동시에 구조할 소들의 임시보호처도 물색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축사 건설은 허가제를 통해 진행되는데요. 신규 축사 허가는 불가능에 가깝고, 허가 절차 역시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므로 임야나 농지가 아닌 축사 혹은 축사의 일부를 찾아야만 했어요.결국 SNS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 임시보호처에 대한 제보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제보 받은 임시보호처 몇 곳을 알아보았으나, 끝내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7월 29일, 지난 6월에 시작된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를 종료했습니다. 1,684명의 후원자들이 총 46,221,967원을 모금해주셨는데요. SNS와 뉴스레터를 통해 말씀드린 것처럼 애초에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모금을 종료하게 된 이유는, 인천 목장으로부터 “목장 폐업이 앞당겨졌으니, 소들을 최대한 빨리 데려가달라”는 급한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제보도 받고, 발로 뛰어다녔지만 소들의 임시보호처가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27일, 기적처럼 강원도 인제의 한 목장과 어렵게 연이 닿아 15명 중 6명의 소를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금 종료 소식이 전해진 후,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와 관련해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8월 2일, 후원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했어요.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향후 계획, 나아가 동물해방물결의 생추어리에 대해 보다 자세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설명회에 참여하지 못한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의 후원자를 비롯해 관심을 갖고 지켜본 분들께 온라인 설명회에서 오고간 이야기들을 전해드립니다.
Q1. 돈을 지불해서라도 인천 A 목장에서 소들이 더 머물 수 없나요?
Q2. 모금 기간을 늘리고, 돈을 더 모아서 소들을 더 살릴 방법은 없나요?
인천 A 목장은 계양산 국립공원 부지에 있습니다. 개발제한구역과 녹지에 해당해 A 목장은 계양구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아왔고, 토지 소유주와도 임대료 문제로 법적 분쟁 중이었습니다. 저희가 A 목장과 협약을 맺을 때만 해도 추석 전에 목장에 대한 법적 결단이 내려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지난 7월 22일 A 목장주로부터 “법원에서 시설 철거 명령을 내렸고 기한은 8월 20일까지다, 늦어도 8월 10일까지 소들을 데려가라”는 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추석 전까지 임시보호처를 구하지 못하면 A 목장주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호소할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시설 철거 명령이 내려진 이상, 저희에게도 마지막 선택지가 사라져버린 셈입니다.
도살장이든 다른 목장이든 소들을 이동시키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들이 있습니다. 방역을 위해 세균과 바이러스 검사를 해야하고, 분변과 혈액 채취가 필요합니다. 지자체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검사를 요청해 예약하는 시간이 소요되고, 샘플들을 채취한 후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도 최소 1~2일이 걸립니다. 이밖에 소들을 이동시킬 차량 예약, 소들을 받아줄 인제 목장의 공간 마련 등 이런저런 절차들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소들을 구조하기 열흘 전에 몇 명을 구조할 지 확정해야 했습니다. 인제 목장에서 소 6명을 6개월 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 7월 27일이었고, 28일에는 인천 목장, 인제 목장과 연락하며 검사 예약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Q3. 모금함은 왜 닫았나요?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 모금함은 A 목장의 소 15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모금이 더 진행되더라도 소를 6명 이상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금함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구조한 소 6명의 임시 보호 비용과 생추어리 조성 자금 등은 그에 맞는 새로운 모금함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Q4. 구조하는 소 6명은 어떻게 선정하나요?
인천 A 목장의 구조에 따라 축사의 출입문에서 가까운 순입니다. 첫 번째 칸의 5명(부들, 창포, 미나리, 메밀, 머위)과 바로 옆칸에서 구조당일 가장 쉽게 넘어오는 1명으로 결정될 것 같습니다.
Q5.남은 소 9명은 어떻게 되나요?
남은 9명은 오는 8월 10일 도살됩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들의 죽음을 기억, 애도하기 위해 이날 A 목장에서 애도의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9명의 마지막 길은 저희가 잘 지켜주고, 기록으로 남긴 뒤 인스타그램과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Q6. 임시보호처(인제 목장)로 가는 6명은 임시보호 기간 종료 후, 어떻게 되나요?
인제 목장과 협의된 임시보호 기간은 6개월입니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생추어리의 터를 찾는 동시에, 또 다른 임시보호처를 찾아야 합니다. 생추어리 터를 찾는 작업은 전범선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인제군과 인제군 생태평화 공동체와 협력해 생추어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정선군의 폐업한 약초 농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6개월 임시보호 기간이 지난 후에도 소들이 생추어리로 이주하지 못하는 경우, 두 번째 임시보호처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 한 번 쉽지 않은 여정이 시작되겠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쌓은 경험이 두 번째 임시보호처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7.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나요?
앞으로 6개월간 소들이 지낼 인제 목장에는 현재 송아지를 비롯해 30명 정도의 소들이 살고 있습니다. 목장주는 방역을 우려해 가급적 낯선 사람의 방문을 자제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시보호처에서의 봉사활동은 어렵습니다. 단, 생추어리가 조성된 후에는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조직·운영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8. 협약을 어긴 인천 A 목장에게는 어떤 조처를 취할 예정인가요?
인천 A 목장주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8월 말이나 9월 초에 소들을 도살할 예정이었습니다. 동물해방물결도 그때까지 소들을 구조하기 위한 모금과 임시보호처 모색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인데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법원으로부터 시설 퇴거 명령을 받게 되어 그 기간이 8월 10일로 단축된 것입니다. 한편 이런 결정은 목장주의 일방적인 변심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장주에게 배상을 요구하거나, 협약 파기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안전하게 소들을 구조하고, 구조하지 못한 소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A 목장주와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Q9. 프로젝트 소식이 좀 더 자주 공유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좌절하는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실수도 많고,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후원자에게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좋은 소식, 희망적인 소식들 중심으로 전하려다 보니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동물해방물결의 인력도 많지 않아 일손이 달렸던 탓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진척 사항부터 사소한 하소연까지 앞으로는 더 자주 소통하도록 할게요!
Q10. 소들을 구조하고 남은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아직 A 목장 측에서 구체적인 구조 비용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재 모금액인 약 4,600만원에서 1,000만원가량 남으리라 예상됩니다. 남은 후원금은 인제 목장에서 소들을 돌보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사료비와 의료비 등 한 달에 약 120~150만 원의 비용이 들 것 같습니다.
동물해방물결이 만들 생추어리에 대한 자세한 질문을 해주신 분들도 많았는데요. 아직까지 생추어리의 규모나 위치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생추어리는 굉장히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고 많은 자원과 협력자가 필요한 대규모 사업입니다. 동물해방물결은 가급적이면 지자체와 협력해 제도적·문화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추어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생추어리의 개념과 역할,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천천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입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자원과 협력자를 모집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요.
생추어리의 운영 방식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운영하게 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추어리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원봉사와 후원금입니다. 이밖에 비거니즘에 공감하고,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업체와 연대하는 방안(비건 카페, 비건 레스토랑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비거니즘 사업의 수익 일부를 생추어리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입니다.
현재 동물해방물결 생추어리 프로젝트는 캠페이너 1명이 전담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지연 대표를 비롯한 모든 활동가들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손을 보태고 있어요. 앞으로 생추어리가 만들어진다면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텐데요. 소를 잘 알고 돌볼 수 있는 사육사와 수의사가 각각 최소 1명은 필요합니다. 또 가능하다면 생추어리 인근에 거주하며 전반적인 운영과 관리를 맡을 현장 매니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밖에는 자원봉사자를 조직해 동물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일손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를 포함한 동물해방물결의 생추어리 프로젝트에 대한 여정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내부에서도 생추어리 프로젝트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현재는 여력이 없어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사진과 영상 아카이빙은 꾸준히 하고 있으니 동물해방물결의 활동이 담긴 결과물은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나올 것 같아요. 또한 생추어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언론도 많은 편이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생추어리 프로젝트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법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는 동물해방물결 생추어리 프로젝트의 첫 걸음이자 초석입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인천 A 목장의 소들을 구조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러나 소들이 있었기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실전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소 6명을 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9명을 마저 구조하지 못한 것은 동물해방물결 활동가 모두에게 아픈 상처로 남겠지요. 그러나 더 강해지지 않고, 더 커지지 않으면 앞으로 9명뿐 아니라 9천 명, 9만 명,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소를 잃게 될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잃고 있고요.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물해방물결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한계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했고, 다시 일어나며 희망도 보았어요. 이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후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조만간 다시 소들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